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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있던 15일 오후 몇몇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는 전화였다.
축하한다니 뭘?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큰 성과를 얻게 되어서 기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음... 그런데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닌데...
하지만 너희 단체에서 민주노동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냐. 언론을 통해서 본 것 같다는 것이다.
일단 짚고 넘어가자. '전국빈민연합'은 '전국노점상연합'과 '전국철거민연합'으로 구성되어있다. 선거방침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총선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린바 없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빈민운동 조직 중 '전국노점상연합' 만이 공식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것이지 일각에 알려진바 와 같이 '전국빈민연합' 차원의 공식적인 지지 선언을 한 바는 없다.
하지만 '전국노점상연합'에서는 자체 '중앙위원회의'를 통하여 총선방침으로 큰 이견 없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결정을 하였다. 미흡하고 준비되지 않은 선거운동으로 비례대표에 선출되지 못하였지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빈민후보를 내보내기도 하였으며 '전노련' 의장이 직접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하였다.
분명히 내가 접한 노점상 간부들의 대다수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 결정에 특별히 이견을 달거나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선거를 여러 차례 겪어봤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예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다른 보수정당의 후보들이 선거시기에 이구동성으로 서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헌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재래시장이나 길거리 노점상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서민들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고 자기 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하였지만 이번 총선만큼은 전노련 중앙의 결정과 입장을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서울운동장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을 상대로 지난 14일경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인 단병호, 천영세 후보의 거리 유세가 있었는데 이날 노점상회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우리가 투쟁 할 때 많이 본 분들이라며 아주 반가워하는 분위기였고 이번 선거에서 정당은 12번을 찍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선거 시기에 보수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선거방식과 이전투구와는 다르게 '이라크 파병 반대, 한반도 평화정착, 비정규직 차별철폐, 부유세를 도입 저소득 도시빈민들을 위한 사회예산 확충' 등 새로운 정당으로써 면모를 보여줬고 비단 저소득 도시빈민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신선하게 어필을 하였다.
그러나 벌써 몇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내부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발간하는 내부 기관지를 통하여 이번 민주노동당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우리 김흥현 의장은 '더 강한 투쟁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장노동자 출신이 원내에 진출한 것은 환영할 일이며 한국정치사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렇지만 열 명의 진보적 의원이 탄생한 것을 가지고 모든 언론들은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 머리띠를 벗으라고 한다. 투쟁방식을 바꾸고 거리로 진출하는 것을 중지하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있다. 농민들의 문제가, 장애인의 문제가, 이주노동자의 절박함이, 도시 빈민들의 삶이 바뀔지 의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의원 열 명이 원내에 진출했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은 당장 바뀌지 않는다. 단지 원내에 보수정치인들과 싸울 교두보를 마련했을 뿐인데 모든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리들의 투쟁을 무력화하고 탄압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보수반동들의 엄청난 음모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원내에 진출한 의원들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민중들의 절박한 삶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민중 투쟁과 함께 하지 못할 때 그들 스스로도 생명을 다할 뿐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자 민중이 주체로서는 진보정치 또한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저들의 기조에 말려들 것이 아니라 투쟁을 조직하고 강화해야 하며 원내에 진출한 열 명 의원들에 대한 감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역시 전노련 신문에 투고한 내 글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려 보겠다.
"선거가 끝난 직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 주요 간부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노사가 유럽과 마찬가지로 계급타협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 강화와 자본가들의 경영권 안정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미 선거 기간 중에는 '서민정치'를 강조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가치보다는 모호한 가치 중립적이고 탈 이념성이 부각되어진 측면 또한 부정 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세력의 연령대가 30~40대에 집중되면서 계급적 기반보다는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지지로 원내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향후 민주노동당의 향방과 관련하여 주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비약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의 근본적인 이해를 국회를 통해서 해소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노련 의장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듯이 가두에서 대중투쟁 전선은 더욱 활발히 전개되어야 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은 대중들로부터,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투쟁에 의하여 발전해 나간다는 사실에 대하여 새삼 의문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총선이 끝나고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이 우리의 운동을 과연 발전시킬 수 없다 라거나, 노동자 민중에겐 대화와 타협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별로 실속 없는 말인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딱 의회공간에서 그만큼의 일을 하면 그만이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러저러한 지적 못지 않게 나는 우리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대중조직의 사무처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총선 기간에 민주노동당 지지를 위하여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산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손을 놓고있었다. 참 괴로웠다. 사실 지난번 '탄핵' 국면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토로한 바 있었는데 대중조직에서 일을 하는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동당 외곽의 좌파라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역시 오늘의 결론은 우리 앞가림을 위하여 전력 투구하자는 이야기다. 어떤 동지의 말대로 우리부터 투쟁하고, 우리부터 각성하고, 우리부터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경기도 일산의 풍동 철거지역에서는 작년 상도동 철거민들과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이밖에 행정자치부에서는 언론을 통해 '합동점검반과 감사반을 구성하여 강도 높은 노점단속을 벌일 것'을 밝히고 있다. 이유는 해이해진 사회기강을 확립하고 행정누수를 막겠다는 것이고. 일차적으로 단속 소홀 및 기피사례를 척결하는 데 우선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 도시빈민의 투쟁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2232-0684-6까지 전화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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