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공산당은 당명과 같이 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또는 과학적 사회주의)에 입각하여 창당된 후, 그람시의 전략적 발전에 따른 진지전을 도입하게 되었다. 노조와 정당의 관계에 있어서는 진지전에 의한 그람시적 설정이 양자의 변증법적 관계에 가장 충실한 형태라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점차 공산당의 지도를 강조하게 되면서 당에 대한 노조의 종속성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람시 이후 이탈리아 공산당의 주요 노선변화도 크게 네 차례로 나타난다.
1차 노선변화는 1944년 톨리아티(P. Togliatti)가 귀국한 후 살레르모(Salermo)에서 대중정당(massparty)화를 선언하면서 정치전략과 사회전략을 구분한 것이 계기였다. 곧, 사회전략 면에서는 반독점과 산업노동자에 핵심을 두지만, 정치전략 면에서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반파시즘 투쟁을 중심으로 여러 진보정당들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정치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계급정당 노선을 고수하되 당의 구조와 전술을 개방하려는 노력이었다.
2차 노선변화는 영국 노동당과 유사한 시기인 1956년 이탈리아 공산당 8차 전당대회에서 시작되었다. 2차 노선변화 역시 톨리아티의 주도로 시작된 것이었는데, 주요 내용은 탈스탈린화를 통해 "사회주의로의 이탈리아식 길(via italiana al socialismo)" 노선을 정립한 것이다. 2차 노선변화는 1차 노선변화와 달리 유로코뮤니즘의 초석이 되는 한편, 1980년대에까지 이르는 장기적 변화의 계기로 직접 작용하기도 하였다.
3차 노선변화는 '유로코뮤니즘'의 본격화로 알려진 1970년대 말 베를링게르(E. Berlinguer)당수의 '역사적 타협(compromesso historico)'이다. 중산층과 중도세력과의 동맹을 목표로 하는 '역사적 타협' 전략은 1977∼79년간 의회다수 참가의 형태로 정권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것은 공산당이 의회 내 정부불신임 투표를 포기하는 댓가로 기민당 정부의 긴축정책에 공산당의 사회개혁 정책을 수용한다는 정책연립의 형태였다. 이 전략은 유로코뮤니즘의 일환으로서 "소비에트 사회주의와 자유방임 자본주의간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유로코뮤니즘의 '제3의 길'은 사민주의적 길과는 달리 아직 맑스주의와 레닌주의 및 그람시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역사적 타협'에 대해 이탈리아 노조들도 양보노선으로 선회하여 공산·사회계 정파노조인 노동총동맹(CGIL)이 제안한 EUR노선(로마의 회담장소의 이름을 따서 명명)으로 일컬어지는 전략을 통해 정부의 긴축정책을 수용하고 임금인상투쟁을 자제하는 대신 공산당과 개혁세력의 개혁정책을 기대하고 지원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타협' 전략은 기민당 당수 모로(A. Moro)의 암살사건을 계기로 기민당 우파에 의한 권력장악으로 인해 지속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공산당내 지도부도 약화되었다. 이러한 지도부 약화는 1987년의 선거실패와 소련·동구의 변화라는 악재를 만나 개혁파들의 더욱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여성해방에 대한 관심 증대, 환경정책 중시, 선거제도를 처음으로 이슈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과 친밀한 관계 강화 등, 두 차례의 당명개정을 통해 최근 '제3의 길'로의 노선변화로 이어지는 일정한 강령변화가 이루어졌다.
1989년 18차 전당대회에서는 '민주주의'와 '강력한 개혁주의(reformismo forte)'를 전략 목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당명개정 논의를 시작했으며, 1991년에는 '커다란 현대적 개혁정당'으로 자기위상을 정리하고 '좌파들의 민주주의 정당(PDS: Partito Democratico della Sinistra)'이라는 색깔 없는 당명을 선택했다. 1차 당명개정은 아직 사민주의화의 완성은 아니지만, 사민주의화의 길로 연결되는 탈공산주의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탈공산주의화의 길도 국민정당화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며, 이러한 국민정당화의 과정은 '좌파민주주의자(DS)'로의 2차 개명과 중도 포용 노선의 강화로 이어진 선거전략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독일 사민당이나 영국 노동당과 달리 '친근로자'적 국민정당을 벗어나지는 않았으며, 프랑스 사회당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전통적' 사민주의 노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정병기 님의 '유럽 좌파 정당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