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전진하지 않는 자는 발 밑을 잃는다(2)
- 좌파 통합의 조건
홍석만 (활동가) 읽음: 15213
작성일: 2004년05월03일 11시44분44초
지난 십여 년 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치밀하게 반공-발전주의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토대를 붕괴시키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수 십 년 간 형성된 반공-발전주의의 천박함과 부패 구조 속에서 이들은 '개혁'을 무기로 등장하였다. 인터넷 공간을 자유주의 운동의 해방구로 만들었으며 일상적인 대중동원(각종 촛불집회, 붉은악마, 노사모 등)을 시도하였다. 언론개혁을 무기로 조-중-동을 공격하였고, 그 대안으로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과 기존의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것으로 확장시켰다. 그리고 노무현의 권력장악 이후 공중파 방송까지 손에 넣었다.

또한 이들은 재벌지배구조를 공격하고 주식시장을 발판으로 개미군단의 지지를 이끌어 냈으며, 초국적 자본과 손을 잡았고, 정보통신과 건설자본과 연대하였다. 정치개혁의 의제를 선점하여 부패와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공격하였으며, 스스로 정치적 대안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공세는 총체적이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밀했고, 대중적 쟁점을 선도하고 여기에 대중을 동원하였으며, 그 결과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는 동안 좌파진영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던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주류로 득세하고 신자유주의 재편을 위해 무려 250개의 로드맵을 국가권력 차원에서 제출하고 있는 동안에 좌파진영은 하나의 계획, 단 한 개의 로드맵이라도 제출하고 이를 성사시켜 왔는가? 단언하건데 지금, 한국사회의 좌파는 사회변혁의 프로그램이 없다. 이 이야기는 거창하게 무슨 '이행전략'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여러 부문에서, 현장에서, 정치조직에서 '각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 자기 노선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시키려 하는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조차 없다.

생각해보건데, 좌파 스스로가 자기 노선에 얼마만큼 충실했던가도 돌아보아야 한다. 계급정당 건설을 염원했던 노동자의힘은 가장 연방적인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비국가평의회를 주장했던 이윤보다인간을이나 평의회를향한전국회의는 현장기반이 취약한 단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민중연합을 추구하는 사회진보연대는 대중운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상층운동에 치우쳐 있다. 마치 각각 조직이 스스로 가장 부족한 부분을 조직노선으로 내 놓고 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조직들의 노력을 폄하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논쟁이 자체로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노선이라는 거대 담론을 중심으로 조직들이 분열되어 있고, 논쟁을 대중화 할 만큼의 실력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어떤 노선이라도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역량이 없다. 솔직한 얘기로 모든 조직이 역량의 한계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노동자의힘은 현장기반은 있지만 상층의 정책역량과 집행역량이 부족해서 고통받고 있고, 사회진보연대는 상층활동가가 있지만 현장이나 대중공간에 기반이 없어 항상 문제가 되고 있고, 이윤보다인간을은 몇몇 지역별 역량이 있으나 전국적 역량으로 커 나가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조직들도 부분적인 운동역량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때문에 이 논쟁들은 집행되지도 않고, 대중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으며, 지속적으로 반복되기만 한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이 좌파통합을 이야기하기에는 운동내부 조건이 안되고 조직간에 신뢰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가령, 민주노동당 내부의 그 수많은 분파들이 신뢰가 돈독해서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형성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전망이고 대중의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좌파운동진영에 있어서 많은 변수들이 제거되었다. 현장운동의 후퇴로 많은 조직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조금 과감하게 얘기해 보면, 좌파조직간에 운동의 과제도 거의 같다.

현장운동, 대중운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사회운동을 계급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고 하고, 민주노동당을 넘는 정치적 전망을 형성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좌파 운동에 대한 평가도 같다. 조직이기주의, 종파주의, 분파주의가 문제라고 한다. 다만, 자기 조직 내부에 대한 평가가 없고, 그런 과제들을 누가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입을 다물고 입장만 제출하고 있다.

나의 주장은 간명하다. 입장만 내지 말고 로드맵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거이거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할거란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좌파 통합의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좌파(통합)운동과는 다르게 진행시켜야 한다. 이전에 좌파 통합 논의가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좌파운동의 대중적 토대가 취약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좌파의 운동과 담론이 대중적으로 나타나지 못한 것에도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되 좌파운동에 대한 대중적인 강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책임져야 할 대중(운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좌파 통합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생겨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대중을 결집시켜 낼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자. 좌파연대는 물론이고 민중운동 전체적으로 기존 조직끼리의 연대운동에 지나친 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들이 모여 다 짜놓은 판에 끼어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대중을 주체로 세우는 운동을 한다고 하고서는 대중이 아닌 자기 조직이 대신하는 운동을 계속해 오지 않았는가. 검증되지 않은 조직, 검증되지 않은 개인과 연대는 물론 참여자체도 봉쇄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반전운동을 중심으로 대중조직화를 시도했던 반전평화공동행동(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이나 국회 대응에 치중하는 사이에도 반전평화공동행동은 대중을 직접 조직하여 반전운동의 공간을 열고 이를 지속시켜 나갔다. 또한, 총선시기에 국민발의(이 의제가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는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를 위한 대중의 직접행동과 참여를 조직하려 했던 것도 의미있는 시도로서 평가되어야 한다. 나아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농민 찬반투표를 조직하고 있는 전농의 사례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또한, 최근 '불안정노동·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도 불안정노동에 대한 여론 형성을 넘어 대중에 대한 직접 조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대중의 결집을 중심으로 한 좌파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운동들이 앞으로 더 활성화되고 성장해야 좌파운동의 대중적 진출에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둘째, 좌파 담론의 대중적 소통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한국사회 전체로 볼 때, 좌파담론은 없다. 홍세화, 박노자를 넘어서는 변변한 좌파 논객도 없고, 서프라이즈나, 월간조선, 조갑제 싸이트와 같은 위상으로 좌파를 대변하는 변변한 인터넷 공간조차 없다. 아니 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때문에 전북 참소리와 같은 지역 언론의 활성화가 값지게 여겨지고, 어나더0415와 같은 좌파 담론의 소통공간이 열리는 것의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협소하다. 가장 관건적인 것은 좌파 내부의 소통보다도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이루어야 하며, 그 공간이 크면 클수록 좌파의 정치적 진출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현장운동을 포함하여 인권, 평화, 보건복지, 불안정노동철폐 등 각 부문의 통합운동을 적극적으로 고양해야 한다. 최근 현장조직운동 내부에서 새로운 기운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고, 빈곤연대가 조직되고 있으며,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건설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는 등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대중운동 단위의 통합이 커지면 커질수록 앞서의 얘기대로 좌파가 책임져야 할 대중(운동)의 범위가 넓어진다. 또한 좌파운동이 단지 정치적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것은 정치적 통합의 문제이다. 대중적 공간을 열고, 대중과의 소통공간을 형성하며, 각 부문운동의 연대를 확대하는 것도 사실상 좌파의 정치적 통합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거나 그 의미가 제한된다. 그리고 이것은 선후차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다 마련해야만 좌파의 정치적 통합이 무르익었다고 할 수 없으며, 좌파운동의 정치적 전망에 대한 공유없이 이런 일들이 제대로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드시 좌파 운동의 정치적 전망을 세워나가기 위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단견보다는 조직적 결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서도 개인들이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한다. '조직 논의' 뒤에 숨어서 혹은 조직적 강제 때문에 술자리에서나 하던 이야기를 이제는 공개적으로 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각 조직의 관성에 따른 운동보다도 좌파 운동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몸을 사리지 않는 결단있는 사람들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때이다.

또한 조직은 내부 논의를 공개하고 문호를 상호 개방하자.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하면, 자신의 운동기반을 중심으로 현실을 보기 때문에 좌파조직들간의 운동 경험과 관점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각자 이야기한다면 코끼리 뒷다리 만지는 식으로 소통될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많이 돌아왔다. 다음 글은 좌파의 정치적 통합에 대한 주제로 본격적인 논의를 해 보았으면 한다. 동지들의 많은 의견도 기대한다.
 
눈팅... 왜 이글에는 리플이 없을까? 05/06 09:48
정대영 정치적 통합에 대한 주제로 본격정인 논의!!!!!!!!!!! 06/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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