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4·15 총선과 노동자
김태균 (축협노동자) 읽음: 7633
작성일: 2004년04월14일 16시46분07초
내일이면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총선이 진행이 될 것이며 투표 마감 두 세 시간 정도가 지나면 그 윤곽이 대략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과연 이번 선거가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나에겐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일 나는 10살 먹은 큰딸과 8살 먹은 작은 딸의 손을 잡고 아마 투표소로 가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7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후보와 10여 개가 넘는 정당 중 각각 1개씩을 두 딸이 쳐다보는 가운데 선택을 강요당하는 초라한 나의 모습을 볼 것이다. 정답이 없는 답안지에 투덜거리며 답을 적어야 하는 어느 학생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면 나는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의 여의도 입성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에 대해 노동자가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 공동 책임을 져야 될 것 같다. 결국 노동자 민중을 때려잡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왜곡하는 17대 국회에 대해 '너도 결국 찍지 않았냐?'라는 식의 공동 책임론에 나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여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의 자기 정립과 진보정당으로 불리는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의회진출을 이야기한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사회 의회정치의 진일보가 이루어 졌다거나 그 토대를 구축했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의 의회진출과 30만의 촛불을 조직하는 열린우리당의 여당으로서의 자기 정립이라는 17대 총선의 결과가 노동자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17대 총선이 끝나고 나면 노무현이가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1년 동안 수많은 동지들이 자살이라기보다 사회적 타살을 당했던 아픔이, 더 이상 내 자식을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아파트에서 핏덩어리를 먼저 던지고 자신의 몸을 던졌던 이 땅의 어머니들의 아픔이, 축구공과 함께 수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을 미제국주의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의해 이라크로 보내고 있는 파병결정이, 수많은 시장개방을 예고하고 있는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쉴 공간조차 없는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기초를 만드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노무현이와 열린우리당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30만의 촛불의 힘을 가지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대단히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이번 총선을 통해 얻을 것이라고, 그리고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의 두 가지 과제(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중 한 가지인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노동자 당 또는 진보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전부인양 현장에서 그 상이 왜곡된 채로 정립이 됨으로써 그간 노동조합 이름으로, 현장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었던 수많은 현장의 정치가 망각되어지는 것이 바로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이 얻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게 된다면 아마 노무현이는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어 황제로 등극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30만에서 더욱더 확대된 촛불의 비호아래 신자유주의 전도사로서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을까? 또 만약 헌재로부터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노무현이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을까? 열린우리당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언론으로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의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라는 정국으로부터 노동조합운동은 이제 '정치투쟁은 정당에게,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이'라는 투쟁의 역할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지는 않을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현장에서 노-사가 교섭투쟁을 통해 일정 합의를 하듯이 민주노총 또한 총자본과 국가권력과 함께 교섭투쟁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노사정위원회라는 틀 속에서 말이다.

지난 3월 노동부를 비롯한 각 부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오는 6월 국회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이 더 원활히 합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정비작업 추진을 시사한바 있다. 벌써부터 민주노총은 경총과 국가권력과의 정례적 교섭의 틀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백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듯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망령이 한국 사회를 떠돌아다닐 것이며, 정치는 역사적 의회진출을 한 민주노동당이, 현장은 국가권력과 총자본과 교섭하는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으로 경제투쟁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무리한 생각일까?

결국 나는 또 4월 15일 노동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소에서 나에게 익숙한 4가지 답 중에 한 가지를 찍는 것이 아니라 7명 또는 14개나 되는 답 중에 한 개씩의 답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이제 나도 찍었으니까 나도 동참을 했으니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노동자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으니까 이제는 현장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의도 국회에서 그것도 내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국회의원들이 노동자 정치를 하고 나는 현장에서 하라는 투쟁만 하면 된다. 노동자인 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이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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