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지금 반전운동은 파병정권 반대투쟁이어야 한다
유영주 (활동가) 읽음: 7746
작성일: 2004년04월06일 12시22분28초
3.20, 반전운동의 졸작

3.20국제반전공동행동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귀결되었다. 민중운동, 시민운동 등 대부분의 운동진영이 이 집회의 성사를 위해 노력했고, 또 1만 명 이상의 대중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규모 면에서 볼 때 결코 적은 동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 3.20은 완전히 실패한 졸작이었다.

3.20은 노동자 민중운동 전체가 무려 3-4개월에 걸쳐 준비한 사업이었다. '반전평화공동행동' 등이 처음 제안하고, 대회 준비 과정에서 민중운동, 시민운동 세력들이 대거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세계사회포럼의 결의에 따른 전세계적 공동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비중도 컸고 관심도 집중된 대회였다. 그러나 3.20한국조직위원회는 반전공동행동을 변화된 정세 속에서 올바르게 배치하고 이끌지 못했다. 이로 인해 3.20을 반전운동의 맥을 이어가는 징검다리로 삼기는커녕 지금까지의 성과마저 유실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오랜 기간 공들였던 일이 한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투쟁과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번 3.20에서도 운동을 이끌어가는 지도부의 방침과 대중행동 지침이 얼마나 중요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었다.

당일 3.20 집회에 나선 연사들의 발언은 다양했지만, 정치적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이 많았다. 반전 집회에서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성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라크 파병의 주역인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색했다는 점이다. 너무나 명백히, 뒤이어 있을 탄핵무효 촛불집회를 의식한 분위기였다. 발언자들의 선동은 대부분 '탄핵무효, 민주수호' 기조에 편승한 것이었고, 사람들은 반전운동, 반전공동행동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 지를 잊어먹은 것처럼 보였다. 3.20반전공동행동은 '파병군 즉각 철수', '파병결정 무효'를 중심으로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정권에 대한 성토와 공격에 집중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탄핵정세에 휩쓸린 집회 발언자들의 대부분의 발언 내용은 이 중심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었다.

행진 과정에서는 이것이 반전집회인지 탄핵무효 집회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한총련 학생들은 행진 내내 마이크로 "저희는 탄핵무효-민주수호를 위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는 학생들입니다"라고 떠들어댔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애초부터 집회장소 문제며, 행진코스 문제 때문에 말이 많았다. 결국 광화문으로 행진코스가 잡혔고 그것도 촛불집회 시작 시간에 맞추느라 3.20공동행동의 모든 프로그램이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행진되었으며, 여느 때와 달리 경찰의 협조하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행진을 마치자마자, 주최측은 그나마 있던 파병반대 피켓조차 자진 수거하고, 그 대신 탄핵무효 피켓으로 바꾸어드는 웃지 못할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반제-반세계화 운동으로서의 반전운동

모든 계급적 대중운동이 그렇듯이 반전운동 역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의 운동이 아니다. 오늘날 반전운동은 세계 노동자 민중의 반제-반세계화 운동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반전운동이 반전이라는 상대적으로 고유한 영역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씨애틀 전투 이후 부르주아 기구와 회의에 실질적인 동원타격투쟁을 벌여온 반세계화 운동과, 대안 논쟁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세계사회운동의 흐름과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노동자 민중의 크고 작은 투쟁과 반전운동은 분리되어 있지도 않고, 또 분리하려 해서도 안 된다.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격화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간 경쟁, 대립과 오늘날 금융세계화로 표현되는 초국적자본 운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매우 중대한 운동으로서 반전운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노동자 민중은 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으며, 특히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투쟁 속에서 반전운동도 성장해왔다. 2003년 상반기, 반전운동은 국회의 파병 결정에 반대하는 투쟁과 맞물려 전개되었고, 하반기에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라는 정세적 요인과 노무현정권의 추가 파병 추진과 맞물려 확산되었다. 반전운동 역시 노동자 민중 투쟁과 분리된 특별한 영역의 운동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노동자 민중운동이 반제-반세계화 투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벌인 실천과 노력에 비해 반전운동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이 틈을 비집고 시민운동 세력이 공세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반전평화운동이 반제-반세계화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교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것으로, 반전운동이 갖는 독자적인 영역을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흐름과 분리하여 사고하는 특정 운동 세력의 경향성 문제이다. 이 운동 세력이 한국에서 반전운동의 외형적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3.20을 경과하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향후 노동자 민중의 반제-반세계화 운동의 전체적인 발전을 질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반전운동을 이끌다시피 했던 이 운동세력은 탄핵이라는 긴박한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자 일 순간 중심을 잃고 휩쓸려버렸다. 이들은 3.20이 열리기 전 한국조직위원회에서 당시까지 준비해왔던 반전운동의 기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급기야 3.20에서 반드시 사수했어야 할 반전운동의 요구들을 대중의 요구의 하위에 배치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3.20에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이라크 철수', '파병군 철수', '파병결정 무효', '노무현정권 반대' 기조로 파병정권인 노무현정권을 공격하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3.20조직위원회는, 그리고 가장 헌신적으로 준비해온 이 운동세력은 정세의 오판과 함께 광화문의 분위기에 휩쓸려버리는, 결과적으로 반전운동의 흐름을 개혁세력이 주도하는 촛불시위의 장에 파묻어버리고 만 것이다.

전쟁 반대, 파병정권 반대

한국에서 반전운동의 경험과 힘이 취약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반전운동의 경험이 짧고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취약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반전운동의 취약성 여부의 문제는 오히려 노동자 민중운동이 계급적 대중운동으로, 힘있는 연대운동으로 우뚝 서지 못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반전운동을 노동자 민중운동과 분리해서 사고하는 편향을 가짐으로써, 위와 같은 명제를 손쉽게 승인해버리곤 하는 것이다.

작년 한해 민주노총은 '반전평화'와 관련한 많은 지침을 내렸고, 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캠페인 수준에서 받아 안거나 행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현장 활동가가 조합원의 반전행동을 조직하는 모습 역시 가뭄에 콩 나듯 하였다. 특히 노동자계급의 정치활동을 정당활동과 선거투쟁으로 국한하는 관료적, 개량적 풍토가 현장 곳곳에 침투하고 있어, 반전운동이 노동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한 것이 현실이었다. 비정규직 투쟁, 경제특구반대투쟁, 열사투쟁 등 노동자의 투쟁이 끊임없이 벌어졌지만 반전투쟁을 반영하는 투쟁 흐름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안 좋은데다 현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치적으로 사실상 노무현정권에 투항하다시피 하고 있어 앞으로 올바른 반전운동 주체로 나서기가 난망해 보인다. 더군다나 반전운동을 이끌어왔던 주요 운동세력이 탄핵 국면에서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성과마저 유실할 처지에 놓였고, 민중연대 단위들은 투쟁과 연대의 기반마저 약화되어 붕괴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탄핵 국면은 이미 총선 국면으로 이어졌다. 총선에서 노무현정권은 다수당을 차지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진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금도 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노무현정권은 이 전쟁에의 참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동맹의 부정한 관계를 끊기보다, 오히려 노골적이고 분명하게 강화하는 태도로 전쟁에 동참한다는 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말하는데 있어 어떠한 토씨를 달아서도 안 된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노동자 민중운동은 일관되고 분명한 반신자유주의정권 투쟁 기조를 가져야 한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결국 제국주의에, 신자유주의 세력에 봉사하게 된다는 사실을, 노동자 민중운동을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반전평화'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고유하고 독자적인 영역으로서가 아니라, 반제-반세계화 운동으로서, 파병정권 반대 투쟁으로서의 반전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현장과 부문과 단체와 개인 할 것 없이 이러한 기조를 갖는 모든 운동 세력들이 새로운 연대의 계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활동을 결의해나가야 한다. 3.20한국조직위원회의 실천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총선 이후 6월로 거론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 반대의 정세적 대응을 포함해서 올해 반제-반세계화 운동으로서 반전투쟁 계획을 보다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파병반대 지금은 총선에서 힘을 모아 오랜 숙원을 풀어야 할 때이므로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많이 진출할수록 의회 안에서도 파병반대 투쟁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04/07 09:59
삼발이 오랜만에 깔때기론이 다시 등장했군요... 04/07 16:36
발꼬랑내 총선에 힘을 모아 국회의원 되면 그때 한다는 말은 버스 지나고 나서 손드는 격인 줄 아오. 투쟁은 구체적이고 선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본문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하오. 04/08 16:04
이름 : 비밀번호 :
30 17대총선을 전후한 한국사회 정치지형 약식 보고서 (0) 조문익 2004-04-17
29 4·15 총선과 노동자 (0) 김태균 2004-04-14
28 최경희의 직접민주주의 이야기(4) (0) 최경희 2004-04-14
27 민주노동당, 민중당인가 노동자당인가 (11) 정병기 2004-04-12
26 최경희의 직접민주주의 이야기(3) (1) 최경희 2004-04-12
25 민주노동당, 노동자 그리고 서민 (22) 신기섭 2004-04-10
24 묘비명 (1) 안윤길 2004-04-09
23 선거는 죽었다 (4) 김영수 2004-04-08
22 최경희의 직접민주주의 이야기(2) (0) 최경희 2004-04-06
21 지금 반전운동은 파병정권 반대투쟁이어야 한다 (3) 유영주 2004-04-06
1 [2] [3]
CopyLeft By 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