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명이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혁명의 명을 받든 '공화국 시민군'의 저 근엄하고 기세 등등한 표정을 보라. 거리에 동원된 시민들은 반세기동안 썩어문드러진 수구의 잔상들을 단칼에 날려버리는 '위대한 시민군'을 향해 촛불을 흔들며 환호를 보낸다. 화답이라도 하듯 시민군들은 부패한 수구 잔병들을 하나씩 단죄하며 권력 찬탈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 시민군의 선두에 등장한 도올, 그는 환호하는 대중들을 향해 거침없는 열변을 토하고 있다.
"시민들이여! 하늘의 명을 새롭게 받아들여라!, 이 땅의 명운을 새롭게 하라!", "이 땅의 시민들이여! 거리로 나서라! 명을 갈아라! 혁명하여라!"(이하 인용은 3월 22일자 문화일보 도올의 글)
도올은 '보수'를 향해 '국론 분열'의 맹공을 가한다. '보수'가 '개혁'을 향해 국론을 분열한다고 하자, 국론 분열은 오히려 '보수'가 저지르고 있다고 받아친다. '국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명백히도 지배자들, 국가를 움직이는 자들의 지배논리가 아니가.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곧 지배가 용이하지 않게 됨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지배자들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어 정치 위기 상황에 빠질 때, 민중이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행동을 벌여 지배자들이 위협을 느낄 때, 그럴 때마다 지배자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부르짖는 게 국론이 분열되어서 안 된다는 말 아닌가. 도올은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배논리는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작금의 분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보수'에게 있다는 선동을 퍼부어 대고 있다.
도올은 '이성을 되찾아라' 라는 '보수'에 대해 "이성을 되찾으라고 외치는 그들이야말로 비이성적 광란에 광분한 자들이다!"라고 받아친다. 마찬가지이다. 도올은 이성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이성을 잃고 광분하는 자가 누군가를 찝어, 그들을 공격하는 데만 열중할 뿐이다.
이성이 지배자들의 논리와 결탁할 때, 그것은 질서와 통제의 논리, 억압과 탄압의 논리로 변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이성이 지배 논리가 될 때, 지배 논리가 이성을 장악할 때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반인간적인 것이 되는가를 모르는가! 그러나 도올은 이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이성에 대한 진실을 감추어 놓은 채, 이성적인 세력이 절대선이라는 주문만 반복한다. 오직 '개혁'이 '이성적인 세력'이다. 그러니 이제 "나서라!", 그리하면 "이 땅의 이성은 회복되리니!"
필시 사우론의 명이다. 도올이 이 명을 받들기 시작했다. 절대반지의 마력에 빠져 조작, 동원된 대중 앞에서 교활한 참주선동의 나팔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국론'과 '이성'의 영역에 불가침의 성벽을 쌓아놓고, 성 밖 시민군의 선두에 서서 민중을 우롱한다. 공화국 시민군을 열렬히 환영하는 동원된 대중들, 그 허상의 민중을 부리기 시작한다. 개혁패거리들이 동원한 대중, 그것은 명백히 현실에 발 딛고 선 민중이 아니다. 도올은 신자유주의 '식인체제' 하에서 절망과 고통의 몸부림을 치며 살아가는 현실 민중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로지 시민군의 행진에 촛불을 들고 찬송을 부르는, 경외와 숭배와 찬양을 외치는 대중을 불러 세운 다음, 그들을 향해 침을 튀기며 윽박지른다. 명이다! 사우론의 명이다! 이 땅의 시민들이여! 혁명의 거리로 나서라!
"보라! 이 놀라운 민중의 저력을! 민중은 분노할지언정 동요치 않는다. 일상적 삶의 궤도에서 추호의 빗나감도 없다. 모든 경제적 수치가 안정되어 있다. 왜 그런가? 미래가 확실히 보이기 때문이다."
도올은 분노하지도, 일상의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도 않는 민중, 그 허상의 민중을 동원하여 진짜 민중의 삶을 바꿔치기하고 있다. 조작, 동원된 대중을 민중으로 치환해놓고, 그 민중에게 '국론 통일'과 '이성 회복'의 주술을 걸어 절대권력을 향한 맹신과 추앙, 광기서린 찬양과 숭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올은 일상적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절망과 죽음의 현장에 내동댕이쳐 있는 민중, 자본의 횡포에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한 현실 민중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은폐하고, 왜곡하고 있을 따름이다.
"단군이래 이토록 국론이 통일된 유례는 없었다! 총선의 연기나 보이콧을 운운하는 어떠한 논의도 분쇄시켜라! 이 땅의 시민들이여! 거리로 나서라! 명을 갈아라! 혁명하여라! 그대들이 거리에 나설수록 국론은 통일되고 이 땅의 이성은 회복되리니!"
저 사악한 사우론의 명을 보라! 무릇, 사우론의 '개혁'의 명은 계속될 것이며, 그들의 명이 계속되는 한 절대반지의 마력에 빠져 참주선동의 나팔수로 나선 도올의 행각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올은 보라! 탐욕과 광신의 끝에서 골룸이 맞이했던 저 비참했던 몰골과 흉상을, 그 최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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