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또 다른 탄핵?!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읽음: 6182
작성일: 2004년03월16일 15시43분15초
2002년 말 대선을 하루 앞두고 정몽준 의원은 전격적으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노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말았다. 이는 권영길 민주노동당후보와 노무현 민주당후보간의 차이를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개혁의 정도의 차이로 밖에 각인시키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의 우경화 된 선거전략과 관련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정 의원은 의도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역시 '자본가출신 정치인'답게 결정적인 순간에 진보정당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로부터 일 년 남짓 지난 2004년 3월 현재, 우리 사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노무현대통령 탄핵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탄핵은 상당부분 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 법학자의 표현대로, "파리 잡으려고 도끼 휘두르는 꼴"의 코미디이다.

한나라당 등은 얼마 전 노 대통령이 시민혁명을 이야기하자 이를 좌파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한 이번 탄핵발의를 통해 스스로 시민혁명을 선동, 교사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총선을 앞두고, 경기 종료 5분전에 5골 짜리 자살골을 넣고 만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촛불시위를 불러 일으켜 승패를 갈랐던 효순·미선 사건, 그리고 막판 노무현 지지세력의 결집과 동정표를 유도해 마지막 승기를 잡게 해준 정몽준 의원 지지철회와 같이 총선에서 노무현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동정표를 유도해주는 계기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장서서 노 대통령에게 헌납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것은 이처럼 한심한 탄핵조치로 정치지형이 완전히 반노대 친노의 대결, 즉 꼴통보수 대 합리적 보수의 대력 구도로 전환되면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 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탄핵사태는 오는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득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역시 끝까지 진보정당에 물을 먹이는 꼴 보수 세력임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 진짜 우려되는 것은 이번 탄핵으로 수구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는 순교자로서의 노무현이라는 이미지가 과잉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라크에 두 차례나 파병을 하고, 노동자들의 연이은 분신과 자결을 야기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노동자들을 질책하고, 한. 칠레 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하는가 하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교육정보행정시템(NEIS)의 강행을 지시하였다. 부안 핵 폐기장 설치의 일방적 추진 등으로 환경을 파괴하려 하고 주민자치를 침해해 온 당사자인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은 현재 망각되고 있다.

민중생존권과 평화와 같은 문제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요즈음 쟁점이 되고 있는 부패문제만 해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심심하면 리무진 대 티코니, 10분이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느니 하면서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대한 자신의 상대적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냈던 진보정당에 비교할 때는, 노 대통령의 불법정치자금은 810억 원 대 113억 원이 아니라 113억 원 대 빵이다. 즉 노 대통령은 진보정당에 비해 10배 정도가 아니라 무한대만큼 많은 불법자금을 쓴, 다시 말해 진보정당후보에 비해 무한대만큼 부패한 정치인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은 잘못된 것이지만, 어쩌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탄핵이 필요한지 모른다. 즉 노 대통령이 그동안 저지른 평화파괴, 민중생존권 파괴, 인권파괴, 환경파괴, 그리고 부패에 대한 민중탄핵 말이다.

사실 제 1차 이라크파병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라크파병이 헌법에 규정된 평화준수 조항을 어긴 위헌적 조치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특히 한나라당은 부패한 정치집단으로, 노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민중은 다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철회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반민중성, 반민주성까지 함께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
 
어? 민중탄핵이요? 말은 좋은데...

03/17 04:53
ㅈㅇ ㅈㅇ 03/17 09:10
taste of EVO 민중탄핵...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슈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새만금, 부안 등 노정권 1년 간 고초를 겪어 온 주체들이 전면에 나서서
실질적인 흐름으로 만들어 보면 재밌겠는걸요...

이런 글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운동의 프로그램으로 승화되면 좋을텐데 방법이 없을까나???
03/17 10:48
이해하자 이해는 하는데... 어딘지 진부하기도 하고 아뭏튼 요즘 머리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예요 노무현이 정말 한나도 잘한게 없거든요 .. 아무리 민주 반민주라고 해도 총선 전이라 노무현당 으로 기울을 것같기도 하고 어디 따른 판 없나 노무현 욕도 실컷하고 두 야당은 작살내버리는 ........ 03/17 13:28
잘 읽었습니다. 옳소~!
그닥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문제의 요점이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정리해준 글.
민중탄핵도 정치적 이슈로는 흥미로워 보이고.
그런데, 꼴통 보수들에 의해 -그리고 혹자의 지적대로 놈현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전개된 '탄핵정국'이라 해서,
민중운동진영의 실질적인 정치적 대응이 꼭 '탄핵'이라는 것
-부르주아 정치제도 내에서 정의되는-에 국한될 필요가 있을까요?
솔직히 지금 정국에서
'탄핵안 가결시킨 꼴통 보수놈들은 말할 것도 없이 개쓰레기같은 놈들이지만,
그렇다고 놈현의 부정적 측면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놈현 또한 나쁜 놈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폭로를 넘어
'지금의 흐름을 놈현에 대한 민중탄핵으로 조직해나가자'
라는 전술이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이 드네요.
03/17 17:06
곰이라우 요컨대, 민중탄핵이라는 슬로는
좀 오버슈팅이 아닌지.
슬로는 거창하지만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기는 힘든.
03/17 18:07
어나더월드 정말 속 시원한 글입니다. 시민단체들에게 차라리 '당파성'을 가지라던 손 교수님..그 명확한 입장이 언제나 시원스럽습니다. 지금 시민단체들이나 한나라당 모두 지금의 탄핵정국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 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03/17 21:08
찬타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주장의 시의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민-자 연합의 노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탄핵 반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70%를 웃돌았다고 해서, 지금 이시점에 다시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 하는 것은 누구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415총선에서 후보를 내십시오. 한-민-자도 열우당도 싫은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갖추십시오. '그 놈이 그 놈'인데, 더 잘못한 놈들을 제쳐두고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지금 민중탄핵을 이야기할 때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 탄핵 정국을 민노당 조차도 역이용하고 있는 꼴 아닙니까. 민중탄핵의 첫번째는 한-민-자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03/18 10:06
찬성 좋은 글이네요.... 노무현지지자로서도 100% 공감갑니다 03/18 16:43
오니루 "꼴통보수 대 합리적 보수의 대력"
이란 표현 맘에 드네요..
수구 대 보수..라는 말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찬타님의 말씀대로 일단은 한-민-자를 먼저 탄핵해야 할듯합니다..
병법서에도 적이 하나로 남기 전에는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꼴통 보수' 와 '합리적 보수'를 같이 상대해 탄핵하기 보단..
'꼴통 보수'부터 탄핵하고 '합리적 보수' 대 '진보'로 붙어봐야겠죠..

그리고 민노당의 '우경화 된 선거전략'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볼때는 선거 전략이 우경화 되었다기 보다는
실제로 노무현 정권과 질적차이가 아닌 개혁 정도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03/18 18:02
후후 그래서 저는 민노당을,
(지금의 지도부를 감히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진보정당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의 노선, 이념, 이미지, 전략은 진보라도
실체와 전술이 영~ 재미없지 않습니까?
뭐 이런 것들이 주류세계에 담론화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게 봐야할지 모르겠지만요..
암튼, 그렇습니다. 민노당에 대해선요.

근데...
이곳엔 유난히 민노당비판이 많군요.

민노당 홈페이지 가면
노무현/노사모/우리당 종합싸그리비판이 많던데...



03/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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