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
김규항 (야간비행 발행인) 읽음: 4698
작성일: 2004년03월14일 18시13분59초
(어떤 이가 나에게 왜 여의도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냉소하느냐 말했다. 좌파가 ‘관념적 냉소로 가득찬 인간’ 취급을 받는 세상이긴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들을 냉소하겠는가. 그들은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에 사느라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그래서 욕심도 적을 뿐이다. 그들은 고작 축구팀이 세계 4강에 드는 일로 조국에 대한 첫 자부심을 느끼고, 개혁이라는 식인체제의 새로운 대변자가 처한 곤경을 한없이 슬퍼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결코 그들을 냉소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 울고 뒤론 웃는 놈들’을 냉소하기에도 벅차다.)


언젠가 이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우파 과잉의(좌파 결핍의) 사회임을 두고 한 말이다. 우파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거나 옹호하는 세력이며, 좌파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단지 혁명적인 방법만 말하는 게 아니라) 세력을 말한다. 초기 자본주의가 보여주듯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는, 혹은 좌파의 견제가 없을 때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체제’일 뿐이다. 흔히 자본주의를 “인간의 본능을 기반으로 하는 체제”라고 말하지만,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능 가운데 탐욕만을 기반으로 하는 체제’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식인 체제’였다. 분단과 6.25전쟁 체험을 빌미로 하는 강력한 반공 파시즘은 대한민국에서 좌파의 씨를 말렸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노동자와 농민과 민중을 내키는대로 마음껏 잡아먹었다. 물론 그런 식인 체제에 민중이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무릅쓴 끈질기고 빛나는 저항 운동이 있었다. 그 운동은 단지 ‘제도 민주주의’를 얻는 것을 넘어 반공 파시즘이라는 ‘식인 체제’를 부수는 데 목표를 두었다(80년대 중반 이후 민주화운동의 성원 가운데 대부분은 변혁을 쫓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반공 파시즘이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나고 ‘제도 민주주의’가 마련되자 그 운동의 지도부를 자처하는 성원들 가운데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동의 종결’을 선언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그 선언은 거짓말이었다. 반공 파시즘이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는 별 문제없이 작동되었다. 그러나 그 선언은 그 운동의 보다 평범한 성원들이 갖는 자괴감(현실 사회주의 몰락의 충격에서 비롯한, 제 지난 운동의 관념적 급진성에 대한 자괴감. 처음에 순수했으나 점차 비뚤어진 좌파 혐오로 발전한다.)과 주류 사회에서 행세하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대세가 되었다.

그런 거대한 기만을 비판하는 좌파는 갈수록 대중들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고, ‘운동의 종결’을 선언한 사람들은 좌파를 공공연하게 ‘철 지난 이야기나 하는 비현실적인 몽상가’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무렵, ‘운동의 종결’을 선언한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의 후반작업’이자 ‘수구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을 내세우는 ‘개혁 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과 강준만 씨를 비롯한 안티조선운동,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이런저런 네티즌 운동들이 그것이다.

좌파가 대중들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개혁운동은 ‘패러다임이 변화한 시대의 좌파운동’으로 포장되어, ‘수구기득권 세력’의 악취에 넌더리가 난 대중들과 젊은 세대에게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협잡과 공갈로 행세해 온 정치인들은 처음으로 위기를 맞게 되고, 위세가 영원할 것 같던 파시스트 신문은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서 존경받지 못하게 되었다. 개혁운동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여 ‘개혁 정권’을 만들어냈다.

개혁이 만들어낸 사회적 변화들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그런 변화가 한국 사회의 실제 성원들의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실제 성원들’이란 한국 사회를 실제로 유지하는 대대수의 사람들, 노동자 민중이다. 그들의 삶이야말로 개혁이 가져다주었다는 변화가 지니는 의미를 판단하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기준이다. 그렇게 볼 때 개혁이 가져다 준 변화는 그 휘황한 겉모습에 비해 믿을 수없이 초라한 것이다. 그 변화가 의미 있는 것이라면 왜 한국사회의 실제 성원들은 왜 전보다 조금도 행복해지지 않는가. 왜 갈수록 고단해지고 강퍅해지기만 하는가.

그게 다 개혁의 지도부가 늘 말하듯 ‘수구 기득권 세력’ 때문인가. 그렇다면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30년 전 어느 청년 노동자가 남긴 것과 똑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배를 가르고 제 몸을 불사르는 것도 ‘수구 기득권 세력’ 때문인가. 더러운 제국주의 전쟁에 순진한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보내는 것도 역시 ‘수구 기득권 세력’ 때문인가. 우리는 그런 현실들이 전적으로 ‘개혁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혁이 한국 사회의 실제 성원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은 이유는 개혁의 지도부가 미숙해서거나 수구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 아니라, ‘개혁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좌파 운동’이 아니다. 개혁은 그 식인 체제가 내뿜는 악취를 제거하는 ‘우파 운동’일 뿐이다. 개혁으로 위기를 맞은 건 ‘식인 체제’가 아니라 '식인 체제의 대중적 대변자들’(제도 정당과 언론, NGO 따위)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는 이미 효용성을 다한, 극심한 악취로 더 이상 대중들과 젊은 세대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기존의 '대중적 대변자들’을 서둘러 교체하는 중이다. 그들은 ‘개혁적 외양을 가진 대변자’가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개혁의 실체이자 진실이다. 오늘 많은 선한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 분노하는 ‘탄핵 사태’ 역시 그런 교체의 와중에서 나온 사건이다. 교체 위기에 빠진 기존의 대중적 대변자들은 어차피 죽을 거면 싸우다 죽겠다는 심정으로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그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식인체제의 '대중적 대변자’ 노릇을 할 수 없음을 좀더 분명하게 했다. 그들은 노무현 씨를 탄핵함으로써, 수구기득권 세력과 싸운다는 강력한 명분을 가지면서도 졸렬한 실무 능력으로 지리멸렬하던 노무현 씨와 열우당을 단숨에 ‘민주주의의 순교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열우당 의원들이 ‘앞으론 울지만 뒤론 웃고 있다’는, 아니 기뻐서 날뛰고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한다. ‘민주주의의 순교자’는 머지않아 강력한 대중적 호응을 업고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부활할 것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말이다.

하여튼 개혁 우파는 좀더 빨리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의 '대중적 대변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대변자는 교체된 대변자의 전재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고, 적어도 중간 계급 이상의 한국인들은 좀더 ‘상식적인 시민 사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한국인들, 한국사회의 실제성원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갈수록 고단해지고 강퍅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30여년 전 어느 청년 노동자가 남긴 것과 똑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배를 가르고 몸을 불사르는 일도 계속될 것이며, 순진한 청년들이 더러운 제국주의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서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설명은 ‘한국적 현실’이라는 좀더 전통적인 설명으로 대체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는 오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속속 여의도로 모여드는 선한 사람들을 보며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가장 기만적이며, 가장 효율적인 식인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김치만두 누가 서프라이즈에 퍼놨길래
글 읽고 링크 되어 있어 여기까지 와보게 되었네요.

자본주의 식인체제라는 말은
대한민국은 미제 식민지라는 어느 진영의 논리보다
더 자극적이네요.

현 사회를 최고로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김규항님이 그리는
저는 잘 모르겠는, 어떤 이상사회에 대한 비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신한국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정권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사회로...

개혁을 빈정댄다고
혁명의 가능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개혁되어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신지
김규항님은 몇년째 점점
대책도 없이 혁명을 조용히 읖조리시는 쪽으로
나아가셔서 점점 지루해지고 있긴합니다만

김규항님 글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개혁 정신으로^^
고래가 그랬어를
제 돈으로 2부,
회사 서고에 공금으로 1부 정기구독하고 있답니다.
김규항님의 출판사업을 존경스러워 하거든요.

그러니까 개혁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03/15 17:52
-.-; 여전히 당신들은 노무현이 이끌어가니 진보세력들도 따라와라.. 그런 투군요..


> 누가 서프라이즈에 퍼놨길래
글 읽고 링크 되어 있어 여기까지 와보게 되었네요.

자본주의 식인체제라는 말은
대한민국은 미제 식민지라는 어느 진영의 논리보다
더 자극적이네요.

현 사회를 최고로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김규항님이 그리는
저는 잘 모르겠는, 어떤 이상사회에 대한 비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신한국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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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빈정댄다고
혁명의 가능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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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18:46
김치만두 왠 또 노무현???

> 여전히 당신들은 노무현이 이끌어가니 진보세력들도 따라와라.. 그런 투군요..


> 누가 서프라이즈에 퍼놨길래
글 읽고 링크 되어 있어 여기까지 와보게 되었네요.

자본주의 식인체제라는 말은
대한민국은 미제 식민지라는 어느 진영의 논리보다
더 자극적이네요.

현 사회를 최고로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김규항님이 그리는
저는 잘 모르겠는, 어떤 이상사회에 대한 비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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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가능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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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01:07
웬디

'자본주의 식인체제' 라는 말은 자극적으로 보일려고 쓴 말이 아니라 느끼시는 그대로를 서술해놓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개혁 과 혁명의 의미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혁명을 지지하는 세력이 개혁을 지지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요즘 이걸 혼동하는 모양이던데...) 특히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가짜 개혁일 경우에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노무현씨의 세력은 개혁세력이 아니지 않습니까.


> 누가 서프라이즈에 퍼놨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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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식인체제라는 말은
대한민국은 미제 식민지라는 어느 진영의 논리보다
더 자극적이네요.

현 사회를 최고로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김규항님이 그리는
저는 잘 모르겠는, 어떤 이상사회에 대한 비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신한국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정권 잡았던 사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정권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사회로...

개혁을 빈정댄다고
혁명의 가능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개혁되어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신지
김규항님은 몇년째 점점
대책도 없이 혁명을 조용히 읖조리시는 쪽으로
나아가셔서 점점 지루해지고 있긴합니다만

김규항님 글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개혁 정신으로^^
고래가 그랬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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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개혁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03/16 09:55
갈림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개혁도, 혁명도 없습니다.

김규항 님.
님의 글을 읽고서 정말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이번 글도 공감되는 바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감되지 않는 바 또한 적지 않습니다.

외람되지만 님의 글을 일부 인용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여튼 개혁 우파는 좀더 빨리 대한민국이라는 식인 체제의 '대중적 대변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대변자는 교체된 대변자의 전재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고, 적어도 중간 계급 이상의 한국인들은 좀더 ‘상식적인 시민 사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한국인들, 한국사회의 실제성원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갈수록 고단해지고 강퍅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30여년 전 어느 청년 노동자가 남긴 것과 똑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배를 가르고 몸을 불사르는 일도 계속될 것이며, 순진한 청년들이 더러운 제국주의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서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불행한 일들이 이어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광화문에 모여 든 수십만의 인파들이 과연 탄핵이 무효화되고,
한나라당 민주당이 퇴출되면 자신들의 인생이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로 액면 그대로, 탄핵반대. 그것이 목적이고 주장입니다.

그들을 모조리 친노나 노빠로 모는 조중동의 어법이나,
그들을 "선한 사람"이라며 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님의 관점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보면 지나친 모독이 될까요?
하지만, 그들을 "선한 사람"이라며 딱하게 바라보는 님의 관점이야말로
수십만 인파에겐 지나친 모독입니다.

혹은 지난 선거 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그를 혁명가라고 생각하고 찍었다고 생각하는겁니까? 개혁이란 이름의 구호가 가지는 이중성과 기만적 성격을 지적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것이야말로 개혁이란 이름의 구호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계셨던 것은 아닌지요. 노무현의 개혁은, 소위 보수적 우파의 개혁은 그저 그 수준의 개혁이었을 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역주의를 깨뜨리고 정치자영업자들을 퇴출시키라는 요구에 응하는 수준의 개혁일 뿐입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은 그에게 바로 그런 개혁을 원합니다.

그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고 국민이 뽑은 노무현을,
혁명적이지 않다고 민중탄핵을 주장해서야 되겠습니까?
어차피 노무현이 민중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면,
노무현의 당파성과 계급성을 미리 폭로하고 선전해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해야 할 뿐입니다.

제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가끔은 자칭 좌파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내세우면서
노무현에게 민족주의자이길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혹은 민족 생존권을 저버렸다고 질타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일부 좌파들이야말로 스스로가 우파 기회주의자이거나
파쇼 민족주의자가 아닌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30년 전 노동자의 절규와 다를 바 없는 분노를 피를 토하며 외치고 세상을 등지는 노동자가 바로 지금 현재의 시공간에 존재합니다. 정말 처절하게도 안타깝고 끔찍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15년전 시청에서 외쳐졌던 민주주의의 외침이 지금 반복되는 현실은 과연 현실이 아니라 환상입니까? 둘 다 모두가 현실입니다. 두가지 현실 모두, 극복해나가야 할 현실적 상황입니다. 후자의 현실은 전자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이해합니다. 후자에 묻혀, 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시는 것이겠지요.

자본주의가 정교화되고 기만적이 되어갈수록 자본주의를 깨뜨리기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며, 극복해나가야할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한국적 현실 운운하며, 혹은 "선한 사람"들 운운하며 광화문의 인파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냉소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그것이야말로 패배주의적 사고이거나 대중, 혹은 민중과의 소통을 할 수 없게된 소통불능적 나르시스트의 사고인 듯 합니다.

이번 탄핵정국은 적어도 두가지 측면에서 87년 6월 항쟁의 연장선상입니다.
첫째는 87년 이후 적어도 국민주권을 획득하였다고 생각한 (자본주의, 혹은 이 사회에 순응해버린) 이땅에 엄연히 존재하는 상당수 중산층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며 거리로 나온 첫번째 사례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그때 획득한 민주주의가 국민 혹은 민중에게 돌아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 자영업자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그 점에서 그동안 어리석었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이들의 분노가 들끓어 폭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한가지 달라진 점은 그때의 적들이 군부쿠데타 세력이었다면, 지금의 적들은 수구 기득권 꼴통 지역주의 기생충들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 점은 혁명을 말하는 좌파들에게도 교훈이 됩니다.
오늘의 정국과 광화문의 인파를 비관적으로 보지 마십시오.
가장 기만적이고 효율적인 식인체제로 들어간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적들이 사실은 또다른 이름, 예컨대 자본계급이라는 이름의 존재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은 다시 뭉칠 수 있고, 그때는 오늘의 경험이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저는 확신합니다.
03/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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