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다른0415' 4일차, '개혁' 공격은 계속되어야 한다.
another33호 읽음: 4511
작성일: 2004년03월18일 13시58분17초
'올인0415' 판에 '다른0415'를 처음 디밀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말 그대로 다른 이야기 공간이 생겨서 좋다는 반응이고, 또 하나는 '다른0415'가 다르다고 하는 게 무어냐는 의심섞인 질문이었다.

일단 다른 이야기 공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총선 시기여서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가 조중동을 거점으로 자신들의 말을 하고, '개혁'이 서프를 거점으로 자신들의 말을 하듯이, '보수'와 '개혁'이 아닌 '다른정치'가 다른 말을 할 공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웹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개혁'이다. '개혁'은 서프라이즈를 중심으로 프레시안-오마이뉴스-노사모-국민의힘-라디오21-뉴스포럼-라이브이즈-국참0415 등을 의식적으로 배치, 가동함으로써 이데올로기, 선전, 조직 메카니즘을 구축, 과거와는 다른 대중동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정국을 주도해내는 힘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시민혁명의 기치가 있고, 그것을 이데올로기와 정책으로 가공해내는 전투적 글쟁이들이 있고, 혁명을 수행하는 지휘관과 야전사령관이 있고, 대중을 동원해내는 조직의 촉수가 전국 시군구에 뻗쳐 있고, 이념적 정체성이 해체된 386이라는 절대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개혁'이 한국 사회 지배담론으로 자리잡고, '개혁'이 실질적인 통치력을 행사하는 지금 상황이 되기까지 웹의 역할은 가히 위력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보수'를 유지시켜왔던 이념과 동원체제, 이른바 '반공-개발 시스템'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망가졌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반세기동안 지배담론으로 재생산되었던 반공 이념은 대중들로부터 낡은 신발짝 취급을 받고 있고, '개발 시스템'은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기에 크기와 용량 면에서부터 턱없이 적은 그릇이었다. '반공-개발 동원시스템'을 움직이는 데 절대적인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 바로 조선일보와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신문들이다.

조중동, 그것만으로 충분했었고, 따라서 '보수'는 '개혁'이 웹에 포진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특별한 긴장감을 갖지 않았다. '보수'는 기존 동원체제만으로도 지배력 1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이 웹을 장악해서 '보수'를 무찌르며 시민혁명을 차근차근 완수해가는 동안, '보수'는 후퇴의 길을 걷게 되었고,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흉내를 내보지만 이미 웹에서의 승부는 끝난 상황이었다. 노무현퇴진운동본부 '짱노닷컴'을 들어가보라. 코웃음부터 나온다.

'진보'는 어땠나? 웹만 놓고 볼 때 '진보'의 이력을 들자면 '개혁'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압도적인 족적을 남겨왔다. 그런데 '진보'는 웹에 대한 공격적인, 공세적인 접근을 하는데 주저했고, 웹을 늘 끼고 있으면서도 늘 상대화시켜왔다. 정치, 노동, 사회단체의 홈페이지의 이력을 헤아려보면 '보수', '개혁'의 그것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의 웹은 조직과 단체 내부의 소통에 무게가 실려있고, 웹의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편방향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해왔다. 대중과 말 걸기, 이야기 나누기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대중과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고 토론하는데 극히 인색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제각기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는데 가령 불온이스크라, 진보누리, 피플타임즈 등이 그러하다. 그러한 시도들은 '진보'의 웹 공략에 많은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개혁'이 웹을 장악하게 된 데는 시민혁명이라는 정치적 기치가 작용하는데 그에 비해 '진보'의 웹에는 정치적 기치가 대중적으로 표현되고, 이야기나눠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각기 현장에서, 존재로서는 '보수', '개혁'과 피터지는 싸움을 하면서도 웹에서는 양반자세를 풀지 않고, '진보'가 가진 생각, 그 정치적 기치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없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대중에게 사실대로 드러내고, 말 걸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이든, 단체든, 개인이든 할 것 없이 오늘날 '진보'가 보여주는 수줍음과 무뚝뚝함, 그리고 그 특유의 냉정과 침묵이 '개혁'에게 빼앗긴 웹 영토 되찾기를 지체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한 가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0415' 오픈 4일째, 이슈싸이트를 열었다는 자체로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은 같다. '개혁' 공격의 실마리를 찾은 것도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노력으로 '개혁'이 장악하고 있는 웹의 영토를 '진보'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른0415가 '진보'의 특별한 정치적 기치를 제시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것은 또 하나의 강박관념이다. 있는 이야기를 진실되게 하기만 하면 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로 목숨이 저당잡혀 있는 노동자 민중의 현실, 탄압과 고통의 현장을 사실 그대로 알려내는 것, 읽도록 하는 것, 이야기 나누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된 0415, 과잉된 부르주아정치에 바람을 빼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혁'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 '개혁'을 공격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력 전체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보수'와 '개혁'을 구분하여 제각기 다른 톤으로 공격하자는 것은 혼란만 가중한다. '개혁' 공격은 곧 모든 신자유주의세력을 타격하는 효과를 갖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의 주도 세력, 그것은 '개혁'이다. '개혁'이 추진하는 시민혁명의 환상에 빠져, 그들이 '노동'에 대해 가공할 탄압과 압살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감아버릇 해서는 안 된다. '탄핵'을 둘러싼 '진보' 내부의 모든 논쟁도 이 현실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다른0415'는 '진보'의 주장이 표현되는데 제약을 두어서 안되며, 말 할 것도 없이 웹에 들르는 모든 대중과 같이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야기, 다른0415, 다른정치 실현 시나리오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4일차, '다른0415'의 또 다른 고민. 여기에 들르는 사람이 '다른0415'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여러 제안이 있는듯 하다. 잘 풀어 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폰트 논란이 있었다. 폰트를 둘러싼 논쟁은 폰트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권위적인' 홈피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여기서 작은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소감 다른0415. 이렇게 부르는군요. 이 사이트를. 제 생각에는 웹 공간을 사용하는 진보진영의 세련되지 못함의 대표적인 사례는 위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본문에서

'개혁'은 서프라이즈를 중심으로 프레시안-오마이뉴스-노사모-국민의힘-라디오21-뉴스포럼-라이브이즈-국참0415 등을 의식적으로 배치, 가동함으로써 이데올로기, 선전, 조직 메카니즘을 구축, 과거와는 다른 대중동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라고 쓴 부분을 읽다가 조금 심각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저 위에 언급한 사이트 운영진들이 '의식적 배치, 가동'이라는 말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어서요.


제 생각에 위의 글에서 이 사이트의 성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운영진들끼리 알고 있으면 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식당 같은 곳에 "고객이 왕이다"라고 대형 플랭카드를 걸어놓은 걸 보면 기분이 묘하답니다. 저런 얘기는 직원들끼리 알고 그렇게 하면되지 손님보고 왕 행세를 하라고 붙여놓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 사이트는 인터넷 매체 중에서 1등하는 걸 목표로 만들었는데, 시작하자마자 10등했으니 의미가 있다는 걸 뉴스로 고객들에게 알리는 사이트는 없지 않던가요? (비슷한 걸 기사 따위로 만들어서 내긴 하지만)

이 사이트가 운동가들의 전략 논쟁터가 아니라면 말이죠. 이론과 전략보다는 사실과 실천 쪽에 무게를 뒀으면 합니다. 특정한 사람들- 훌륭한 분들 ^^-만 오는 곳이고 그런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03/18 14:42
동의 주위에 아는 선배가 한번 들러 보라길래 와 봤다.

'태풍'이 되기 보다는 봄날의 산들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던지는 돌멩이었으면 좋겠다.
멍한 정신을 깨워주는 한 바가지 차가운 물이었으면 좋겠다.
건조한 글덩어리보다는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호흡'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번은 와 보련다...




03/18 14:57
동의 저도 동의합니다 03/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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