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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에 광화문 촛불집회에 갔습니다. 집회는 시종일관 노래부르기, 노래듣기, 노래배우기와 합의된 구호인 '탄핵무효-민주수호'를 외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날은 경찰이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다소 긴장상태도 있었고 이미 주최측에서 문화제로 한다고 밝혀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좀 따분했습니다. 집회 주최측의 입장도 듣고 반응도 볼 겸해서 간 자리인데 광화문까지 간 보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께요. 만약 '나'의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한다면 나 또한 절박하고 미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노사모나 노빠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울고 분노하며, 차량으로 국회에 돌격하고 분신을 시도하는 그 마음을 모를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촛불시위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 누가 그랬던 거처럼 총이라도 들고 싶은 심정으로 국회 진격투쟁을 벌이고 있었을 겁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데 감히 누가 끌어내리려 한단 말입니까. 틀림없이 비분강개했겠지요.
그런데, 광화문에 가보니까 노사모처럼 대통령 살리려고 모인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한겨레 다니는 아는 선배가 촛불을 들고 있길래 물어 봤습니다. 여기 온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왔을까요? 예상한 답변이긴 했습니다만 '노사모도 있지만 대부분 한나라당이 미워서 온 사람이겠지'그러더군요. 그렇습니다. 광화문에 가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 한다기 보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만행을 규탄하기 때문에 광화문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문제라고 느낀 것은 역시 그 집회의 구호였습니다. '탄핵 무효', '민주 수호'. 탄핵을 무효화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것입니다. 언뜻보면 좋은 구호같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논리'와 현실 정치의 '힘'이 깔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현재 이 국면을 놓고 한나라당은 '친노 대 반노'의 대립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노빠와 열린우리당은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이라고 하고 있지요. '뭐 대 뭐'라는 표현자체는 과거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표현인데, 지금은 이런 말들이 당대표의 입에서 버젓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탄핵정국이 워낙 격렬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세력간 판짜기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친노 대 반노의 대립으로 만들고 반노 세력을 결집시켜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정국을 친노 대 반노의 대립으로 보고 있고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노빠들은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으로 만들어 한나라당 반대세력을 규합하여 총선에서 표를 몰아갈 판을 짜고 있는 것입니다. 각종 언론 특히 친노 선향의 언론은 모두 입을 모아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집회에 가면서도 왠지 찝찝한 것도 이 때문 아닐까요? 나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지지자가 아닌데 그렇게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눠주는 촛불도 자기 손으로 사기도 하고, '나는 노사모가 아니예요'하는 리플렛도 들고 나옵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만큼 밉기 때문이지요. 조금 오해 받더라도 이 놈들 만큼은 안된다는 심정일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다시 질문을 하지요. 탄핵을 어떻게 무효화할 수 있을까요? 촛불집회로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무효화하고 싶다면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사와 민주당사 앞에서 국회의원 전원을 소환하라고 요구하면서 격렬하게 해도 무효화 될지 말지 합니다. 아니면 촛불시위 하면서 헌재가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압박을 하면서? 그게 언제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총선에서 심판하는 길입니다. 제가 현실 정치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한 점은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과 그 지지자들은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냥 민주 수호라고 외치고 있으면 되고 거기에 열린우리당, 노사모 간판을 내걸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표는 열린우리당으로 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광화문 집회에는 대놓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을 지지하고 '구출 노무현'을 외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노무현,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골적 지지가 부담스러운 시민단체와 일부 민중운동 단체의 사람들의 기묘한 합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자 또는 연사들은 한나라당, 민주당을 욕하는 것 외에 다른 정당을 입에 담지 않고, '탄핵 무효' '민주 수호'를 외치는 것 외에 더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구출, 열린우리당 지지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황색 커넥션'이라고 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어쨋든 강금실 법무장관은 17대 국회를 통해서 무효화하자고 합니다. 그럴려면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표를 몰아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참여하건 광화문 촛불집회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주어서 총선을 통해서 무효화하자는 것이지요.
촛불집회가 끝나 집에 가면 당장 카드 막을 돈 걱정 해야 하고, 언제 직장에서 짤릴지,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자녀들 등록금, 사교육비 걱정과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비 마련에 당장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것이 현실 아닙니까? 노무현을 구출하는데 앞장서면 아니, 탄핵을 무효화 하면 이런 현실이 달라질꺼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속은 시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싸가지 없고 재수없던 한나라당을 물먹였으니 기분이 좋아질수도 있겠지만, 한 순간입니다. 그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은 촛불시위 자제를 이야기하고 총선국면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쯤하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번 주말 집회를 고비로 촛불집회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노사모도 그걸 바라고 발빠르게 총선에서 심판하자는 것으로 변화시켜 나가려 하겠지요.
사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16대 국회를 우리의 힘으로 탄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6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 게 폭거이고 만행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사소한 일입니다.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파병안을 통과시켰고, 농민이 죽어라 반대한 자유무역협정도 비준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법도 개악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가 되면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요? 4년에 한번씩만 심판할 건가요? 언제든지 소환할 수 없는데 뭘 믿고 심판하고 표를 찍어 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민중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하면 노사모는 난리가 날겁니다. 수구보수 세력을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 무슨 망발인가 하고요. 그런데,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두들기면 표가 한나라당으로 갈까요? 제 생각에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더 겁을 먹게 됩니다. 아니 저 인간들이 노무현까지 물러나라고 하네? 하면서 도끼눈을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 두려워 할 것입니다. 그만큼 잘 못한 게 많거든요.
자, 그래서 우리 광화문 갈 때 가더라도 이렇게 한번 외쳐 봤으면 합니다. 이라크 파병, 자유무역협정 무효다! 국회의원 소환하라! 노무현도 소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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