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던 필자는 오랜만에 ww.another0415.net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another0415 대문에 올라온 “민주노동당의 갯벌 죽이기” (전북평화인권연대 김종섭님의 글) 때문이었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 전북도지부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주장했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았지만 전북도지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지속하되 이를 환경친화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총선공약을 선언했다고 적고 있었다. 이어 “무리한 표 계산 때문인지” 혹은 “지역에서는 이놈의 표가 안되니 성질을 죽인 것일까”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해 전북도지부가 총선 득표를 위해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이 천명해온 입장을 저버리고 있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노동당 환경위(준)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하면서 당의 환경생태 분야 총선정책공약 준비 과정을 지켜보아온 필자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총선정책공약을 준비하면서 새만금 이슈 만큼 별 논란 없이 쉽게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항목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현행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이라는 입장은 민주노동당에게 확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종섭님의 글이 사실이라면 전북도지부는 새만금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과 당의 환경 총선정책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곧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전북인터넷신문 참소리의 기사를 통해 3월 30일 민주노동당 전북도지부의 총선 핵심공약 보도자료가 문제의 근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도지부 보도자료의 15항 “새만금 사업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있도록 조속히 완공되도록 하겠습니다”는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보수정당들이 내놓고 있는 <선공사 후대안>의 입장 즉 “일단 현행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조속히 완공하되 이후 개발 과정에서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을 고려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히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같은 기사 말미에 짧게 실린 염경석 전북도지부장의 인터뷰도, 비록 농업기반공사의 현행 새만금 간척사업과는 다른 경로를 추구한다는 점이 언뜻 드러나고는 있지만, 그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었다.
전북도지부가 표심을 의식해 새만금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임의로 변경한 것이란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노동당 중앙과 전북도지부의 공식 입장은 방조제 공사의 강행 등 현행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이며 이와 같은 입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결코 변화한 적이 없다. 새만금 이슈에 대한 중앙당 정책위원회와 환경위(준)의 확고한 입장은 환경운동 진영에도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북도지부의 경우도 이제까지의 새만금 관련 활동과 논의에서 당 중앙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 적은 없었다. 몇몇 개별 당원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찬성 의견을 개진한 적은 있었으나, 그 때마다 전북도지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의 입장을 재확인해왔으며 전북지역 당원들의 대다수 역시 이를 지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30일 발표된 전북도지부 보도자료 새만금 항목이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도록 작성된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일이다. 전북도지부도 이를 즉각 인정하고 나섰다. 보도자료를 급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새만금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해결방안을 수립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을 그만 새만금 사업의 조속한 완공으로 잘못 표현했다는 해명이 제시되었다.
4월 1일에는 15항 “새만금 사업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있도록 조속히 완공되도록 하겠습니다”의 제목을 삭제한 새로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송부하였으며, 4월 2일에는 당원게시판에 경과 보고 및 사과의 글과 함께 김민아 전북도의원의 전민일보 기사를 해명자료로 올렸다 (이 기사의 내용은 환경운동 진영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위(준)과의 연락에서도 전북도지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반대라는 중앙당 환경 총선정책공약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전북도지부가 신속히 해명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표심을 의식해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반대라는 당의 공식 입장을 변경한 것은 아닐까 하는 김종섭님의 우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같이 중대한 실수가 보도자료 준비 시간의 부족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은 간단히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북도지부의 경과 보고는 15항 제목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있지만, 사실 제목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5항 본문 내용 중 “새만금 관련한 국책사업의 지속적 진행을 원칙으로 하되” 혹은 “새만금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15항은 새만금 생태관광단지화를 언급하고 있었는데, 중앙당 환경 총선정책공약은 새만금 풍력발전단지화는 내용으로 삼고 있으되 생태관광단지화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환경운동 진영 일각에서 제안된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으되 사전에 그 환경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번 해프닝은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의 내부 의사소통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북도지부 실무진 수준에서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도 차원의 총선 정책공약 발표가 기획되고 있었다면 사전에 중앙당 정책위원회, 공약개발단 및 환경위(준) 등과 의견교환이 있었어야 할 것이고 그랬다면 이번과 같은 실수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과정이 진행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보다 근원적 차원의 문제를 제기해본다면 민주노동당이 아직까지 진보적 환경정치의 의제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동 관련 정책공약에서 이와 같은 실수가 일어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노동 관련 정책공약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새만금 관련 정책공약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거 진보진영은 생태환경 파괴의 위험과 피해가 민중들에게 집중되는 환경불평등 문제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보여왔으되 (사실 이에 대해서조차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해오지는 못해왔다) 생산력·기술 발전과 물질적 부의 창출 자체는 진보로 이해해온 면이 있다.
그러나 생산력·기술 발전과 물질적 부의 증가가 단기적으로 외형적 평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할 지라도 생태적 지탱가능성 그리고 생명과 민중 생존의 자연적 기반을 위협하는 한, 민중의 아이들에게 혹은 또 다른 지역의 민중들에게 그러한 위험과 피해를 전가하며 적당히 넘어가는 것인 한, 진정한 평등도 진보도 가능하지 않다. 민중들이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생태환경 파괴에 참여하도록” 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이러한 과거 진보진영의 오류를 극복하고 환경불평등에 대한 사후적 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갈 것을 추구해야 한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및 생산수단 활용의 민주적 통제·관리를 통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지양은 무정부적 생산과 무한경쟁을 제어함으로써 생태환경 파괴를 막아내는데 일정 정도 기여할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관리는 생산력·기술의 내용과 발전방향으로부터 자연에 대한 접근·관리에 이르는 생산·소비·분배의 전 단계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생태적 지탱가능성에 대한 고려와 환경불평등의 타파가 관철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생산자민주주의의 틀을 넘어 한 사회의 생산력·기술 발전, 생산수단의 활용, 자연자원과 생태계의 관리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생산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잠재적으로 영향 받을 수 있는 다수 민중들이 참여하는 기층민주주의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는 보수정당들에 비해 생태환경 이슈들에 더 관심을 보인다거나 환경운동 진영의 요구사항을 보다 잘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민주노동당이 곧 진보적 환경정치의 정당임을 천명한다는 것은 대표적 생태환경 이슈들은 물론이거니와 명시적으로 생태환경 이슈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예를 들어 산업·노동·여성·과학기술) 생태적 지탱가능성, 환경불평등 그리고 생산력·기술의 내용과 발전방향에서 자연에 대한 접근·관리에 이르는 과정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을 핵심적 의제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사회경제체제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환경운동 진영과 병렬적으로 연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류 환경운동 진영의 일부가 표면적으로 근본주의적이라 할 정도의 강한 생태주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환경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지양하는 전략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적 환경관리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한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환경운동 진영을 좌파 생태주의의 입장으로 견인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중앙당 정책위원회, 공약개발단과 환경위(준) 등이 진보적 환경 정책공약을 생산한 뒤 각 시도지부에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다. 생태환경 분야 외의 제 정책 생산과 기타 중앙당 제 제도개혁 실천 그리고 시도지부 차원의 실천 및 평당원들의 일상적 지구당 활동에서도 민중적 관점의 진보적 환경정치가 내용적으로 통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은 아직 진보적 환경정치의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지부의 실수는 이러한 한계가 드러난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도지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겠으나 도지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앙당 정책위원회, 공약개발단과 환경위(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환경위(준)에 참여해온 필자 역시 매우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환경정치의 의제를 보다 더 충실히 받아들이도록 강하게 압박해오지 못했던 당원과 지지자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달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진보적 환경정치의 의제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 받았는지 생각해보라. 비록 비례대표 선거가 끝나갈 무렵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기는 했으나 필자와 환경위(준)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당원들이 당원 게시판과 진보누리 등에 올린 환경 관련 질의서의 조회수는 창피할 정도로 낮았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필자 역시 김종섭님의 글과 참소리 기사를 읽고 난 뒤 바로 당원게시판에 전북도지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환경위(준) 내부적으로도 필자 스스로를 포함하여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개진한 바 있으며 이 글 자체도 그러한 차원에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를테면 총선 득표에 대한 고려 때문에 새만금 정책공약 내용을 변경할 정도로 무원칙하거나 허약하지 않다.
여러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녹색정치준비모임 및 사회당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환경정치를 추구하는 많지 않은 정치조직중 하나이다. 비판과 폄하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새만금 갯벌의 파괴를 원치 않는 이들이 총선에서 지지해야 할 정당은 당연히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다 (녹색정치준비모임은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 특히 중산층 편향의 막연한 자연사랑 선언 차원에서가 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갯벌 살리기라면 더욱 그러하다.
전북도지부의 이번 실수로 새만금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이 잘못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며 중앙당과 전북도지부의 공식 입장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현재 총 33km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구간 중 2.7km를 제외하고는 방조제가 건설되어 있는 상태다. 노무현 정부와 농업기반공사는 내년부터 나머지 2.7km 구간에 대해서도 방조제 공사를 재개하여 (그 이전에 배수갑문 공사 및 바다 깊이에 따라 기존의 방조제 폭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된다) 내년 말에서 내후년 초까지 모든 방조제 공사를 완공하고 내부간척지 및 방조제 주변을 농지, 수자원 및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러 차례의 중앙당·전북도지부 논평과 성명 그리고 당 지도부와 당원들의 삼보일배 및 집회 참가 등 시민사회·환경운동 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을 통해 위와 같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애당초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잘못된 국책사업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90% 이상 건설된 방조제를 지금에 와서 완전히 허물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새만금 갯벌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생태학자들과 환경운동 진영의 판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조제 공사를 완공하고 동진강 유역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되 수질상황에 문제가 없을 경우 만경강 유역을 순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순차적 개발안” 계획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분명한 입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 파괴가 가져올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의 위험 그리고 어민 공동체 와해 등 사회·문화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새만금 갯벌의 보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건설된 방조제에 대해서는 유실을 막고 해수유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완공사를 시행하되 방조제 미완공 구간은 교량으로 대체하여 이를 갯벌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시각에서 볼 때 “방조제 공사 전구간 완공” 즉 갯벌의 파괴를 전제한 상태에서 수질관리에 좀 더 신경 쓰고 부분적으로 생태습지·숲·생태마을 등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발전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다.
경제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작년 5월 생태경제연구회는 설사 생태적/사회·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폭 넓은 고려들을 접어두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파괴되는 갯벌의 정화기능 손실 비용과 간척지 조성으로 만들어질 담수호의 4급수 목표 수질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수질개선과 환경기초시설 비용 등만을 고려한다고 할 지라도 노무현 정부의 “순차적 개발안”은 4조에 달하는 순손실을, “방조제 공사 중단”은 8조의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강행은 생태계 교란뿐 아니라 이 땅의 민중들, 특히 전북의 민중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용-편익 분석은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은 생태경제연구회의 연구·조사가 노무현 정부의 주장보다 위험, 불확실성, 잠재적 편익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의 입장만을 외쳐온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갯벌 보존을 위한 싸움이 생태환경 파괴가 민중들에게 더 집중되는 불평등한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혹은 전북 민중들의 소외감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을 함께 아우르지 못한 채 자칫 수도권 중산층의 자연사랑 선언 차원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비판적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삼보일배 등의 활동이 노무현 정부의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의 부당성을 폭로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그 같은 이벤트에 집중하기보다는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하면서도 동시에 평등하고 민주적인 전북 발전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전북 민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정부를 압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환경운동 진영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 작년 6월에 열린 새만금 대안 토론회에서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장은 “환경운동 진영은 방조제 공사만 일단 중지하면 모든 대안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북에 대한 배려(가시적 대안)을 구체화하지 못해 전북도민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 환경운동 활동가들의 공감을 자아낸 바 있다.
같은 토론회에서 간척사업을 중단하되 새만금 지역에 해양-생태관광단지나 풍력과 조력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단지를 조성하자는 대안이 제시된 것도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 위에서다.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은 새만금 대안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오지 못했는데 그 중요성이 당내에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독자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정책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 면이 크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이 같은 문제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상근인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 내외를 아우르는 진보적 정책네트워크의 폭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신 민주노동당은 재생가능에너지단지 조성안을 정책공약으로 수용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갯벌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전북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방조제와 인근 지역에 풍력발전단지와 조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재생에너지개발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장기적으로 전북을 재생가능에너지 공급단지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이는 탈핵 재생가능에너지 확산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민주노동당 에너지정책공약과도 연계되는 것이다.
환경운동 진영의 일각에서 지지하고 있는 해양-생태관광단지 조성안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검토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하고는 있으나 당의 공식적인 정책공약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 전북도지부의 경과보고 글과 염경석 도지부장의 인터뷰는 이를 공약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면이 있는데, 당 차원에서 조율된 입장은 아니다.
아마도 전북도지부가 주장하고자 한 바는 해명자료로 제시된 김민아 전북도의원의 기고글이 적고 있는 것처럼 해양-생태관광단지 조성안을 다른 대안들과 함께 적극적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가 아닌가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단지와 해양-생태관광단지 조성을 병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단지 조성안이 되었건 해양-생태관광단지 조성안이 되었건 경제성과 주변 생태계 및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와 같은 평가·검토 과정을 포함 새만금 갯벌 보존과 대안 발전에 대한 논의, 정책 수립 및 시행은 노동조합·농민단체 등 민중들의 참여 (새만금 갯벌 생태계와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성 및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전북지역 민중들로 국한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종교·환경 등 시민사회단체와 독립적 전문가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거 새만금 민·관 공동조사단은 활동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활동 범위와 권한에 있어서도 제한적이었다. 작년 7월 당시 민주당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되었다가 흐지부지된 새만금 특별위원회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울러 새만금 갯벌 보존과 대안 발전에 있어 자연 생태계 관리와 에너지의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대안 발전이 시장 지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상의 입장이 충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민중들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면서 자연 생태계 관리와 에너지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 등에 대해서는 보다 더 고민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그 외에도 무척 많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현 입장은 김종섭님이 언급한 성장연합 세력에 대항하는 진보적 환경정치의 대안으로 나름대로 평가할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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