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최경희의 직접민주주의 이야기(1)
-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보았는가
최경희 (외국어대 강사) 읽음: 23229
작성일: 2004년03월31일 02시02분36초
고대 그리스 아테네 문명은 인류의 발전단계에 있어 유아기에 해당되지만, 작금의 단계에서도 약 4000여 년 전의 그 문명에 대해 동경과 그리움을 표시하곤 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현상을 어른이 된 성인이 '돌아갈 수 없는' 그리고 '그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과도 같다고 비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순박함은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성인에게 있어 때로는 그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문명이 현대 인류에게 던져주는 그 꿈의 하나는 '직접민주주의'이다. 즉, 시민이 공공업무를 직접 판결하고 집행하여 공동체를 운영했던 경험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 한계로서는 첫째, 노예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계급적 착취와 배제를 토대로 하고 있다. 노예와 자유시민의 규모가 3:2의 비율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아테네의 시민정치가 풍부한 노예의 생산활동에 바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시민의 자격은 엄격히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20세 이상의 성인 남자들에게만 시민권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여자, 이방인, 하층민은 절대 시민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의 경험은 옹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류문명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형태가 가능하였다면, 지금 현재의 단계에서는 그 가능성은 더 높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믿는다면, 앞으로 인류는 미완의 직접민주주의를 완성된 형태의 직접민주주의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 역사의 흔적과 경험 속에 존재해왔었다는 것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계는 많지만 모티브를 제공하는 그 역사의 흔적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정치의 위험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민주제의 기본원리가 '자유와 평등'이기 때문이다. 당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과 세계관으로서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제의 기본원리가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단적으로 플라톤은 각 계급의 덕목을 밝혔다. 예를 들면 수호자는 지혜(wisdom), 군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용기(courage), 시민은 절제(moderation)를 제시했으며, 각자 제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의(justice)롭다고 플라톤은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사회의 계서적 질서는 전제이며, 이것이 우주의 질서원리라고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민주정의 두 가지 원리인 '자유와 평등'은 그들의 사상에서 차지할 공간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플라톤은 통치자의 수의 따라(one, a few, many),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공선이 형성되는 정당성에 따라 정체(政體)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다. 군주제(monarchy), 귀족제(aristocracy), 민주제(democracy)이다. 이러한 3가지 정상적인 형태가 타락하면 각각 참주제(tyranny), 과두제(oligarcy), 중우제(ochlocracy)로 변질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분류유형을 바탕으로 플라톤은 이상적인 정체로서 철인왕(philosopher-king)이 통치하는 사회를 꿈꾸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군주정과 민주정이 혼합된 형태의 정치체제로서 혼합제(mixed polity)를 이상형으로 설정하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제를 비판한 이유는 그 어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에 따르면, 그리스어의 demokratia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인민(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로서 인민에 의한 지배(rule by the people)를 말한다.

인민은 다수자로서 가난한 자를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다수자들에 의한 지배로서 민주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도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고, 혼란스럽고, 열정적인 사회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부자가 또는 기득권층이 민주주의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때로는 심각한 혐오증을 드러내는 이유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면교사의 측면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The Politics라는 저서에서 말하는 민주정체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위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정체에 대한 약간의 비꼬는 말투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리한 민주주의의 특징은 지금 현 시기에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정체(democratic polity)의 기본원칙은 자유이다. 사람들은 오직 민주정에서만 인간이 자유를 누린다고 넌지시 비추며 계속 이 말을 한다. 사람들은 모든 민주정의 목표가 자유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자유의 한 요소는 '지배하는 사람이 다시 지배받는 것(ruling and being ruled in turn)'이며, 공적(merit)에 의거한 평등이 아니다.

실제로 수적 평등이 민주주의의 정의관념이다. 이러한 평등관념이 만연되면 대중이 최고권력을 가져야 하며 다수의 결정은 모두 최종적인 것이 되어 정의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시민 각자가 틀림없이 평등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주의에서 빈자는 부자보다 더 지배권을 가져야 한다. 빈자는 더 수가 많고 다수의 결정이 최고권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유의 한 표시로서 모든 민주주의자들은 자기 정체의 결정적 원칙으로 삼는다.

자유의 다른 한 요소는 자기 좋은대로 사는 것이다. 민주주의자는 바로 이것이 자유로움의 본질이며, 그 반대인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노예상태의 표시라고 말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두 번째 결정원칙으로서 가능하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그렇지 못하다면 적어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교체라는 생각이 나타난다. 이(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상호교체)는 평등에 기초를 둔 자유에 기여하는 관념이다.

이러한 근본원칙들, 이렇게 인식된 지배체제로부터 다음과 같은 민주주의 특징들이 도출된다.

(가)공직자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모든 사람들 속에서 선출한다.
(나)전체는 각자를 지배하고, 각자는 모든 사람을 지배한다.
(다)경험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공직 혹은 모든 공직은 추첨(抽籤; 제비뽑기)에 의해 임명한다.
(라)공직에 대한 재산상의 자격요건이 있어서는 안되며, 자격요건은 가능한 한 최저수준이어야 한다.
(마)전쟁과 관련된 직책을 제외하고는 동일인물이 동일 공직을 두 번 연임할 수 없거나, 혹은 좀처럼 연임시키지 않거나, 소수의 공직에만 연임이 가능하다.
(바)모든 공직 또는 가능한 많은 공직의 임기는 짧아야 한다.
(사)모든 시민 혹은 모든 시민들로부터 선출된 사람들은 법정에서 모든 문제 또는 개인들간의 계약, 헌정상의 문제, 감사 등과 같은 중요한 최고의 문제에 대해 판결을 내린다.
(아)의회는 모든 면에서 또는 적어도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최고의 권위를 갖지만, 공직자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적 권한을 가질 수 없거나 혹은 가능한 최소한의 문제에만 결정권이 있다.
(자)의회, 법정, 공직에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당이 지불된다. 다시 말하자면
(차)좋은 가문, 부, 교육이 과두제의 특징이라면, 낮은 가문, 저소득, 개성 없는 직업이 민주성의 속성으로 간주된다.
(카)어떤 공직도 종신임기를 누리지 못하며, 혹은 그러한 직책이 과거의 변화 이후에도 잔존하여 남아있다면 그 권한을 빼앗고 정선된 후보자들 가운데서 추첨(抽籤)에 의해 임명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공통된 특징들이다.


* '최경희의 민주주의 이야기'는 네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김해민 흥미있습니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인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Allin Cottrell과 Pail Cockshott의 논문 "Computer and Economic Democracy"(April 8, 2003)에 보면 그들은 지금과 같은 부르주아
의회민주주의를 귀족 정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원래 의미를 아리스토 텔레스에서 찾으면서
아리스토 텔레스의 정치학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Suppose a total of 1,300; 1000 of these are rich, and they give no share in office to the 300 poor, who are alse free men and in other repects like theml no one would say that these 1300 lived under a democracy"

다시말해서 민주주의는 다수의 정치라기 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직접 통치임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자가 다수인 경우는
없기 때문에 위의 인용은 현실적이지 않음을 아리스토 텔레스도
지적하면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Allin Cottrell과 Pail Cockshott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노동하는 가난한 사람들(The working poor)혹은 프로레타리아(proletarian)에 의한 직접 통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프로레타리아의 proles는 demos와 같은 말이라고 하는 군요. 역시 민주주의의
democracy(demokratia)도 demos(민중) + kratia(지배, 권력)의
합성어이지요
계속되는 좋은 글 기대합니다.


03/31 12:02
학생 위의 글과 리플을 읽으니 갑자기 똑똑해지는 걸 느낀다...ㅎㅎ 03/31 13:55
정미뇽 최근의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제도의 문제, 어떻게 민의가 대표될 수 있는지, 대표들이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등... 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된 듯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만... ㅋㅋ
민주화 이전에 '민주주의'는 하나의 이상이자 목표였지만,
이제는 어떤 '민주주의'냐를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어쩌면 책에서만 배웠던 민주주의이론들을 이제 현실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듯이, 그것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열정과 희망에 들뜨게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방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03/31 17:16
유창렬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은 후로, 제가 활동하는 모임은 거의 모든 역할을 제비뽑기로 나누어 실행하고 있습니다.
때로 그것이 느리고 힘들 때도 있지만, 스스로 답안을 구해야 되고, 모르면 묻고,
무엇보다 대비해야만 하는 거죠.

아테네가 식민지를 둔 제국주의'적' 경제를 두었습니다만,
이미 한국 경제도 거의 착취 경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데도, 무역규모 12위라는 것은 그 얼마나
많은 불공정과 파괴와 노예를 두는 겁니까?

그렇기 때문에 즉, 쥐어짜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반핵이 아니라 탈핵까지 말하는 부안의 민중들을 갈갈이 찢고,
이주노동자들을 사냥하는 데도 출입국사무소가 불타지 않고,
이권 때문에 이라크에 파병하는 데도 광장에서 30만 촛불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타협하고 말았죠.(분명히 아니 분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제 다시, 생산양식의 특별한 변화를 전제한 지배양식을 고민해야만 할 때가 되었고, 그 길은 필수품(에너지, 식량)의 자급과 자치적 정치실험들에 대한 노력입니다.
04/01 00:40
이름 : 비밀번호 :
20 좌파적 표현 (9) 강내희 2004-04-05
19 황달 : 노란색, 노란 스쿨버스, 황건적 (1) 김진균 2004-04-02
18 세계사회포럼, Another world is possible! (0) 원영수 2004-04-01
17 After 0415와 좌파의 '트라이앵글' (18) 강동진 2004-03-31
16 유럽 좌파 정당 이야기(5) - 이탈리아 공산당 (0) 정병기 2004-03-31
15 최경희의 직접민주주의 이야기(1) (4) 최경희 2004-03-31
14 피에 젖은 상한 새 (10) 송유나 2004-03-29
13 왜 반자본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가 (3) 유영주 2004-03-29
12 이 땅에 꽃필 민주주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2) 홍석만 2004-03-29
11 유럽 좌파 정당 이야기(4) - 프랑스 사회당 (0) 정병기 2004-03-26
◀ [1] 2 [3] ▶
CopyLeft By 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