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이 땅에 꽃필 민주주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홍석만 (활동가) 읽음: 2891
작성일: 2004년03월29일 02시12분34초
"우리는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반대 여론을 보도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대다수의 여론과 일부 단체의 여론을 동등하게 취급하거나 '찬-반'의 팽팽한 대립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 대다수는 의회권력의 반민주적 행태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란 말인가. 지금의 대립각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언론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진보 대 보수'의 왜곡된 축으로 몰아가지 말라." (www.anti312.net 언론클리핑 중에서)

위 글을 발표한 범국민행동 측의 의도는 탄핵지지와 탄핵무효를 동등하게 다루는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고자 했을 터이다. 그리고 '민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지만 '진보'라고 하면 참여자가 줄어들까 우려해서 이런 글을 발표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촛불집회가 '진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왜냐하면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진보'는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정부와 검찰에 의해 짓밟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6일, 탄핵무효 촛불집회를 주관했던 범국민행동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불법집회 논란으로 한창 달아올라 있었다. 범국민행동은 이 날도 '민주'를 수호하기 위해 촛불집회를 강행했다. 보수의 첨병이랄 수 있는 법원도 이런 민주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는지 검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각 광화문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의 광장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였지만 장애인수급권자라는 이유로 양육권을 박탈당하고, 장애인으로서 온갖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다 한 생을 마감했던 '최옥란 열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3월 26일은 중증장애인이며, 여성이며, 기초법 수급권자였던 최옥란 열사의 2주기 기일이었다. 이날을 맞이하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최옥란 열사의 삶과 뜻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그러나, 추모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은 신고한 물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대장비들을 강탈해 가더니만 급기야 해가 지고 나서는 야간 집회는 모두 불법이라는 이유로 문제화 도중 경찰이 난립하여 참석자 전원을 강제로 끌고 나갔다. 촛불집회의 함성은 그곳에서도 들려오고 있었다.

더 분통터지는 일은 바로 다음날 3월 27일 열린우리당은 보란듯이 여성중증장애인을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공천하였다. 이것이 민주적이고 개혁적일지는 몰라도 결코 진보적이지는 않다.

한편, 검찰은 과연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 정치권에서 독립하여 중립을 지키고 개혁되고자 한다는 검찰. 심지어 범국민행동 집행부에 대한 영장청구를 법무부에 사전보고조차 하지 않았을 만큼 중립적이라는 바로 그 검찰은 결코 노동자에게 중립적이지 않았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3월 16일, 울산지검은 故박일수열사분신대책위 집행부 6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 동안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무자비한 폭력은 사내문제라고 수수방관하던 검찰과 경찰이 대책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폭력, 명예훼손과 집시법 위반을 들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물론 법원은 이를 기각하지 않았다. 결국 3월28일 새벽 5시 박일수 열사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 현대병원 영안실에 경찰이 난입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된 3인을 긴급체포 하였다.

또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저지와 전면 합법화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투쟁단'의 공동대표인 샤말타파 씨는 대학로에서 출입국 사무소 직원에 의해 강제 연행되어 보호소로 이송되었다. 그 후 샤말타파 씨는 28일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저지와 전면 합법화를 위한 단식을 감행하였고 3월 15일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3월 2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민주노총과 고건 권한대행 사이에 간담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었으나, 고 대행은 '연행자 석방에 대해서는 석방불가'라는 현재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주수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혔던 그 시간동안 민주주의의 시계는 앞으로 가고 있었던가?

3월 25일, 한 시민 단체에서 각 정당을 상대로 정책조사를 발표했다. 그 내용엔 '송두율 교수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주당은 반대했다. 그리고 그나마 개혁적이라는 열린우리당은 어떠했을까? 열린우리당은 "동정이나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으나 그것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껄이면서 똑같이 반대했다. 이른바 '촛불효과'로 열린우리당이 색깔론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 송두율 교수 석방에 소극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수구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민주수호'의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과연 이것이 '민주'인가? 어쨌든 3월 30일, 송두율 교수의 1심 선고공판이 있는 이 날, 한국 민주주의의 현재 시각을 알게 될 것이다.

촛불집회를 중단하면서 밝힌 범국민행동의 대국민 호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여 수구부패정치를 반드시 심판합시다. 선거참여로 부패무능한 보수정치권이 초래한 비정상적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의 힘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나갑시다"
.....

나는 정말 이 땅에 꽃필 민주주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낙관 걱정스러우면 걱정스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운동하면 되죠. =) 03/29 20:16
투쟁 "그렇다면 민주수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혔던 그 시간동안 민주주의의 시계는 앞으로 가고 있었던가?" 그렇습니다. 그 당시 민주의 시계는 분명 거꾸로 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투쟁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개입"해야 합니다. 푸념을 넘어선 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해서요... 03/3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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