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집배원 아저씨가 사는 법
고형주 (집배원노동자) 읽음: 4097
작성일: 2004년04월09일 00시22분37초
오전 6시 기상에 부지런히 움직여 오전 7시까지 우체국으로 출근하면 이미 절반이 넘는 집배원들이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아침형인간들이냐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물론 우리는 아침형인간은 아니다. 우리는 그시간에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편지에서 수없이 날리는 먼지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문서상으로 정해놓은 출근시간인 9시가 된다. 하지만 이 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집배원들은 이미 자신들의 구역에서 편지배달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출근하자마자 배달구역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위에서 이미 설명을 드렸다.

약 3000세대가 훌쩍 넘는 구역에서 편지를 배달하다보면 한집에서 1분 1초가 쌓이면 끝나는 시간이 짧게는 3-40분, 길게는 1-2시간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1시간의 점심시간은 있을 수 없다. 보통 10-15분이면 점심식사 Ok이다(2분만에 해치우는 사람도 본 적 있다). 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빨리 배달하고 들어가야 빨리 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도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배달이 끝나고 우체국으로 귀국하면 다음날 배달할 편지를 번지대로 나누고 다시 그것을 순서대로 구분해서 정리해야 퇴근할 수 있다. 거기에 등기우편까지 정리하면 시간은 밖에서 배달하는 시간을 육박한다. 배달시간만 5-6시간 정도 되니까 우리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하다말고 퇴근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조업에 비한다면 우리는 스스로가 콘베이어 라인이자 제품을 조립하는 노동자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일 물량이 전부 처리되지 않으면 라인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 14시간에 한 달 평균 초과근무가 100시간을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이 시간들에 대한 수당을 전부 지급받지 못한다. 광역시의 경우 최대 70시간까지만 지급하겠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원칙이다. 그나마 더 받는 우체국은 각 우체국의 재량에 의한 것이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급한 오토바이 운행으로 인한 사고, 혹시라도 우편사고가 나면 개인책임, 그래도 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도 불사하는, 이것이 바로 집배원 노동자가 사는 법이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적으로 약 60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구조조정 되었다. 200여명 가까이 되는 집배원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1700여명이 산재사고를 당했다. 그럼에도 정보통신부는 비정규직을 늘여왔고 지속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집배 부문에서 시간제 노동자까지 포함한 비정규직 비율이 60%가 넘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정보통신부는 우정사업본부를 출범시켜 민영화(사유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부분을 늘이기 위해 현장에서는 집배원노동자들의 주머니를 갈취하여 보험 및 예금성과를 높이는 것을 용인/조장(권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사회적인 여론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정규직(기능직 공무원으로써 집배원) 승급에 대해 경쟁 채용으로 비정규직 집배원노동자(상시위탁집배원)들에게 저임금에 살인적인 노동을 수용할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것이 또한 정보통신부가 그리고 우정사업본부가 사는 법이다.

그러나 집배원노동자들은 모두 조합에 가입해 있다. 전국체신노조가 그것이다. 이미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체신노조는 그러나 이미 정보통신부 내 하나의 부서로써 기능한지가 그 존재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정보통신부의 구조조정에 합의하고 정규직으로 인원증원을 해야한다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시간제 파트 비정규직 인원증원으로 화답하고, 금융실적을 올리기 위해 조합원들을 종용하고, 초과근무에 따른 정당한 수당지급요구를 앞장서서 막고, 조합원을 등에 업고 관리자 행세를 하는 것, 이것은 또한 현재의 체신노조가 사는 법이다.

우리는 이미 개개인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공적인 기능보다 기업의 상품광고지/금융회사의 채무 독촉서를 전해주는 기능을 한지 오래되었다. 이렇기 때문에 현 사회에서 소위 공무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우리의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라고 해도 노동자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기에 우리는 여전히 노동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하고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발언의 자유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주적 단결체인 체신노조가 40년 어용의 역사를 깨고 민주화되기를 바라며 이 땅 이사회가 노동자와 민중에 의해 바뀌고 결국에는 채무독촉에 고발서류라는 두려움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전달하는 노동자가 되는 것이 집배원노동자가 희망하는 삶의 방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장에서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장시간노동 철폐, 비정규직 철폐, 체신노조 민주화, 이것이 집배원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모든 현장에서 그러하지만, 그것이 비록 현재는 보잘 것 없고 그 끝도 알 수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러한 우리노동자들의 노력들이 결국에는 모든 노동자가 희망하는 삶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집배원 아저씨 화이링~ 04/09 10:48
와아아 멋진 글입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답게 살고 싶은 거죠. 정말이지 인간답게.
04/10 00:42
흐으.... 가슴이 아프군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올까... 투쟁~ 04/10 08:47
힘내세요 안타깝군요 집배원아저씨 투쟁하세요 투쟁만이 쟁취할수 있는 길입니다. 앞장서십시오 투쟁!!
04/10 20:09
신심으로 연대를 보내며 정말로 가슴이 메여 오네요...
계속적인 투쟁으로 집배노동자들이 웃으며 희망을 배달할 수 있길 빕니다...집배노동자 장신간노동철폐!! 비정규직 쳘폐!! 체신노조민주화챙취!! 투쟁...
05/0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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