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소주 마시는 사회
강동진 (민중의료연합) 읽음: 3932
작성일: 2004년03월14일 20시15분35초
맥주는 마시다 보면 배불러서 싫고, 독주는 너무 빨리 취해 싫어서 주로 찾는다는 소주.
물론 다른 술 보다 값이 싸서 주로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이 많이 찾아 서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막걸리나 와인보다도 숙취가 덜해 좋은(?) 평가를 받는 술이기도 하다. 참고로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주민은 와인을 제일 많이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나 양주는 혼자 들이키면 시원한 ‘청량제’ 구실을 한다거나, 왠지 분위기 있는 사람처럼 ‘대우’(?)받기도 하지만, 소주를 혼자서 들이키면 ‘알콜 중독자’로 쉽게 의심받는 술이기도 하다. 가장 친근한 것이 오히려 홀대받는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인가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소주는 점점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주류회사들은 잇따라 ‘순한 소주’를 개발해 판매촉진에 나서기도 해 왔지만 소비감소의 추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맥주와 양주의 소비는 감소하는데 반해 소주의 판매량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불황 시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담배와 소주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만큼 걱정거리가 많아지고, 신세 한탄을 해야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가가 활황을 구가하고 있고, 수출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이 마당에 불황이라니? 더군다나 소주는 왜 그리 마셔? 하지만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강남의 룸살롱에서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양주잔을 부딪히는 소수의 ‘부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주가 활황을 누리는 일부 투자자가 있는 반면 대다수 서민은 하루하루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걱정하며 빈속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실업은 9%에 이르고, 두세 집 건너 신용불량자가 나오고,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떠돌아 다니는 돈이 700조원에 이르는 반면 가계부채는 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률은 3.7%로 그리 높은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당연히 이들은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출이 사상 최대로 잘된다고 하지만 서민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덧붙여 올해에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대학 등록금과 수업료도 10%정도 오를 것이다. 이래저래 소주잔만 기울일 날이 많아질 것 같다.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이 10명 중 2명 꼴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세 명밖에 안되고,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중 8명에 이르는 사회, 소위 말하는 ‘20 대 80의 사회’를 ‘소주 마시는 사회’라고 한다면 값싼 소주 마시는 것을 좋아해야 하나? 사족으로, 소주에 붙는 세율과 양주에 붙는 세율은 똑같다. 그리고 소주 한 병에 430원의 세금을 우리는 꼬박꼬박 내고 있다.
덧붙이는 말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 하에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주는 그 前주에 비해 술 소비량이 2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소주와 맥주의 판매량이 늘었다 하니, ‘소주 마시는 사회’의 글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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