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을 경계해야
강내희 (문화연대) 읽음: 5962
작성일: 2004년04월06일 11시31분37초
1. 총선정국과 탄핵정국.

2004년 3월의 정치적 국면은 보수 3당에 의한 대통령 탄핵 가결로 형성된 만큼 탄핵정국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지만 총선정국과의 관계 속에서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폭풍 정국을 야기한 탄핵 발의 자체가 4월 15일 총선을 겨냥하여 한-민-자 보수 야당과 노무현대통령-열린우리당의 집권 개혁세력간이 대결 구도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탄핵정국은 총선 때문에 빚어졌으며, 총선이 지나면 거의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총선 때문에 생겼다고는 해도 탄핵정국은 그 자체로 위력을 가진다. 이것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보수야당에 대한 견제가 단순히 노무현-열린우리당에 위해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지금 시민-국민 대중이 나서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반민족적이고 반민중적인 한나라당과 그 지지 세력이 정국을 주도할 경우 우리 사회가 1987년 6월 이전으로 회귀, 민주주의 패배를 겪을 것을 우려하여 촛불집회 등으로 보수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이는 사람들 가운데는 지금까지 획득한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더 많은, 더 근본적인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광화문에는 '노빠'들만 있진 않다는 말이다.

탄핵정국은 따라서 총선정국 내부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초과할 수 있는 어떤 과잉성을 가진다. 이 과잉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 역학관계에 어떻게 개입하느냐가 현재 정국의 흐름을 결정지을 것이다.

2. 주체(성)들, 또는 사회적 세력 분포

여러 다양한 주체(성)들이 현 정국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전문정치인 주체성들이 있다. 이들은 현재 한민자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탄핵의 역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반사이득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으로 사회운동권에 속한 다양한 주체성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경제적, 사회적 노선에 따라서 시민운동, 노동자운동, 여성·환경·평화 등의 단일쟁점운동, 직능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탄핵무효 범국민행동'으로 모여 있지만 다른 한편 계급적 선명성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개혁 심판 민중행동'을 결성하여 모이고 있는 단위들도 있다.

끝으로 시민, 국민, 민중 등 대중 일반이 있다. 이 후자들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며, 의회민주주의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성 정치권과 사회운동의 조직 또는 유혹 대상이다. 전문정치권, 사회운동권의 궁극적 힘의 배분은 이들의 지지와 관심을 어떻게 획득하고 조직하느냐에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열우당과 노무현정권, 그리고 사회운동의 '시민' 노선이며 지금의 정국을 총선정국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세력은 크게 봐서 셋이다. 기성정치권에서 이 세력들은 첫째 한나라-민주-자민련 등으로 대변되는 수구보수세력, 둘째, 열린우리당으로 대변되는 개혁세력, 셋째 민노당, 사회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세력이다. 그러나 정치권 이외의 사회적 세력을 감안하면 이 정당들의 분포와는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세부사항에서 약간씩 다른 정치적 지형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진보세력 가운데는 민노당이나 사회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좀더 급진적인 세력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은 한민자당과 열우당 (지지)세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열우당이 어렵게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들간의 정치적 차이는 소속 당에 따른 치열한 헤게모니 쟁투가 보여주는 대립의 심각성에 비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열우당 소속, 민주당 소속, 한나라당 소속의 특정 의원들 사이의 정치적 성향은 당의 차이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당과 열우당이 최근 분당한 것은 정치적 노선의 대립보다는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른 것이다.

현재 정권을 잡은 세력은 어떤 사회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가? 노무현정권은 그 동안 정치적으로는 (중도)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해왔다. 이것은 매우 모순적인 정치경제적 노선들의 결합 구도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한 열우당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는 한 그런 권리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이 집권한 지난 1년 넘게 이런 상황이 지배해왔다. 노무현정부는 WTO시장개방, 한·칠레 FTA 체결, 자유무역도시, 경제자유구역 설립 추진, 국민소득2만달러달성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해왔고, 미국주도의 세계화 정책을 수용하면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작년 한해 참여정부가 노동자탄압을 계속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고집하고, 부안의 주민저항을 외면하고, 환경파괴를 방치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고, 나아가서 집시법을 개악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노무현정부가 아무리 진실한 마음으로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는 한 결코 온전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거나 신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경제적 신자유주의는 이때 정치적 자유주의를 규정하는 상위 개념이 된다. 다음 도표는 이런 관점에서 3대 세력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경향과 이들이 국제관계, 기본권 등에 대해 드러내는 경향들을 구분해본 것이다.

 수구 보수개혁진보
정치적 경향3·5·6공지배구도 계승 및 유지(한-자 대 민주)자유주의 개혁(정치개혁, 언론개혁)(열우당)사민주의, 사회주의 개혁(민노당, 좌파)
경제적 경향기득권 유지 + 신자유주의신자유주의 개혁신자유주의 개혁 반대, 사회적 공공성 추구
문화적 경향보수주의(획일적 군사문화)자유주의(다양성 인정, 문화 활용)문화적 권리와 공공성 추
국제관계파병, 신자유주의 세계화 찬성파병, 신자유주의 세계화 찬성파병,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기본권에 대한 태도인권 탄압 (국보법 고수)옹호와 탄압의 모순적 결합 (국보법 개정)옹호 (국보법폐지)
지지세력수구·보수적 시민운동, 언론, 대중개혁적 시민운동, 언론, 대중노동자 농민 등 계급적 민중/다중/소수자


3. 총선 이후의 전망

이번 총선에서는 열우당이 탄핵의 어부지리를 얻어 다수당이 될 공산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경우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신자유주의의 모순적 결합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한편으로는 정치개혁, 언론개혁 노력이 힘을 얻으면서 자유주의 흐름이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수구보수세력이 제한해온 우리사회의 일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개선 또는 개혁의 효과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강화에는 기여하겠지만 민중민주주의, 노동자민주주의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강화되면 시민, 국민, 민중의 좀더 기본적인 권리는 오히려 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정부와 열우당은 힘이 약체인 상태에서도 정보인권을 제약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도입하려고 했고,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추진했고, 나아가서 집시법을 개악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개혁이 강화됨으로써 세계화의 흐름이 강화되고, WTO의 시장개방 압박에 굴복하는 양상이 더 널리 퍼질 것이다. 이 흐름은 반민중적 정책의 강화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교육·환경·보건의료·문화 등의 분야에서의 시장개방 심화, 성장 중심의 경제 운영, 노동 유연화 경향의 강화, 그리고 이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로 국내 또는 이주 노동자, 여성, 청년학생, 소수자 등의 저항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다수당이 된 열우당은 이런 저항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통제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으로는 자유주의적 경향이 높겠지만 이 경향은 문화의 공공성 성격을 강화하기보다는 경제적 효용가치를 높이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개혁에서는 문화적 공공성을 포함한 사회적 공공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는 노동, 환경, 보건의료와는 달리 문화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개혁을 추진해온 편이고, 문화의 공적 성격도 강화해온 편이다. 하지만 열우당이 다수당이 되고 나면 지금의 정책 노선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총선의 결과가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응징'으로만 끝날 경우 한국사회는 매우 심각한 계급투쟁, 신자유주의 세력에 의한 더 강화된 노동자민중 탄압을 겪게 될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열우당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할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고, 이 결과 우리사회에 대한 신자유주의 지배는 더욱 굳어질 것이다.

4. 무엇을 해야 하는가?

광화문에서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규탄만 해서는 안 된다. 수구보수세력만을 규탄하면 앞으로 있게 될 신자유주의 강화와 그에 따른 노동자, 민중에 대한 억압을 뻔히 보고도 방치하는 꼴이 될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세력이며, 노정권이 추구하는 정치적 자유주의, 문화적 자유주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신자유주의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노무현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반세계화 정책을 펼친다면 사회의 진보세력은 노정권을 지지할 수 있겠지만 노정권이 그럴 전망은 전혀 없다. 선택이 필요하다. 노무현의 신자유주의를 지지할 것이냐, 아니면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힘을 강화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 이것은 결코 수구보수세력을 두둔하는 말이 아니다. 수구보수세력 역시 신자유주의 세력이다. 하지만 지금 신자유주의를 주도하는 쪽이 '개혁' 세력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그 이름과 걸맞지 않아 보일지 모르나 '개혁'임을 자임하는 세력은 지금 반민중적, 반노동자적, 반생태적 정책들을 주도하고 있다.

수구보수세력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의 지배적 세력, 즉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싸워야 한다. 사회운동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지지할 것인가, 그것에 저항할 것인가? 선택은 여기에 있다.


* 이 글은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이 지난 3월 26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가진 '탄핵정국의 정치적 성격과 새로운 국민운동 가능성'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써먹은 제 토론문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마침 조희연교수가 그 날 주제 발표한 내용을 <어나더0415>에 올렸기로 이 글도 함께 올리면 참고가 될 것 같아서 뒤늦게라도 제출합니다.
 
미선이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바지만, 매우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뿐이라고 본다.. 현싯점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한계는 이번 탄핵사태처럼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고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쟁점과 이슈로서의 계기꺼리가 별로 없다는 현실이다.. 또한 위의 강내희씨의 글에서는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원내 진입의 전망에 대해선 그 맥락이 아예 빠져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할테지만, 현싯점에서 볼 때 열우당의 압승만큼이나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도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진다.. 그럴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특구법 같은 처리를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다수인 열우당이 처리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소수지만 온몸으로 저지하는 장면이 국회 안에서 연출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럴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밖으로 '꺼이꺼이' 울면서 질질 끌려나가는 상황이 전국방송을 타고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볼 땐 일반 대중에게는 그제서야 무언가가 각인될 것이라고 본다.. 즉, 투쟁과 해결의 실마리는 중심적 대립과 모순의 갈등이 극명해짐으로써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래는 소수였던 열우당이 탄핵사태로 인해 아예 전국 정세를 완전히 역전시켜버렸음을 상기해보라.. 어떻든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일반 대중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뜨거운 감자'꺼리로 만들 필요가 있으며, 두말할 나위 없을테지만 지속적으로 광화문 광장의 투쟁과 제도정치권 안에서의 투쟁이 협력 또는 병행될 때 더욱 그 효과를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광화문 집회로 충분한가.. 우리에겐 전국토를 광화문 광장으로 만들 전술이 필요하다.. 좀더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전망과 그에 따른 전략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04/06 12:38
경계병 당연거사 / 3월 26일 범국민행동차원의 토론회에 개혁세력대변중심의 논리와 감성에 맞서기 위한 의도로 작성되고 발표된 글로 보인다.
경계라도 제대로 해야할텐데, 방법론을 논할라치면 타자의 글이라도 좀 제대로 읽을 때도 되지 않았나?
04/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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