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나와바리 전쟁 - 에피소드1
자객0415 읽음: 4428
작성일: 2004년03월14일 22시18분29초
그리 멀지 않은 옛날, 그 때도 지금처럼 살기가 만만치 않았던 때였다. 그 때도 지금처럼 없는 놈만 죽어나고, 있는 놈들만 까부는 그런 시대였다. 그런 시대, 한 마을에서 웃지 못할 전쟁이 있었다. 오늘은 그 전쟁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조폭의 야인시대를 30년이 넘게 평정했던 보스가 노망에 신소리만 하다가 운좋게도 겨우겨우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워낙에 팽팽한 나와바리 전쟁을 30년 만에 평정했던 보스이기도 하였거니와 해놓은 일마다 죽쓰는 일이었기에 그 뒷자리를 놓고도 만만찮은 자리 쟁탈전이 일었다. 몇몇 강호가 뜨긴 했는데, 그 중에는 자기 말 한 마디 안 들었다고 수만 명을 무등산 자락에 묻어버린 악명 높은 가문의 장자도 있었고, 자기업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월급 좀 올려달라고 했다고 식칼로 테러를 가한 졸부 출신의 아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치열하고 살벌한 후계싸움은 예상을 뒤엎고서 자기 휘하 하나 변변치 않은 한 촌놈의 승리로 돌아갔다.

새로운 보스가 들어서면서 이 사람의 과거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자수성가한 눈물겨운 과거하며, 조폭 세계와 한 판 붙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졌다. 아는 게 힘이라고 어릴 적부터 좀 영특했던지 법률 공부도 좀 잘했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을 변론해주고 하면서 민심도 얻었고, 이것 때문에 조폭들에게 찍히기도 많이 찍혔고 고생도 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눈에 잘 들어 조폭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입문한 후에도 조폭 내 험악한 나와바리 관리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는 무용담도 이어졌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보스 때문에 상납 문화도 바뀌고, 삥도 좀 덜 뜯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안전도 안전이거니와 나와바리 다툼 때문에 겁에 질려 밤길을 나다니지도 못했던 것보다는 좀 나아지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사람은 보스로 등극하자마자 행색이 가관이 아니었다. 동북쪽이 길하다는 돌팔이 점쟁이의 궤만 믿고 있는 지 살던 동네는 내팽켜치고, 나와바리 확장에만 골몰했다. 동북 쪽 원주민들을 우리 나와바리로 끌어와 장사길을 넓혀야 한다면서 이 참에 우리 나와바리도 확 열어버려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 이 와중에 평소 섬기던 코큰 나라 형님들이 고리대금업도 장악하면서 자기 세력권을 넓혀 갔다. 주요 업소가 줄줄이 넘어 갔고, 업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쫒겨 나거나 알바생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은 점점 돈이 궁해졌고, 밥벌이도 시원찮아졌다. 고리대금을 얻어 쓰는 사람들은 늘어갔지만 갚을 능력도 여건도 택도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수백만에 이르자 우리의 보스는 신용이 불량한 놈이라고 인두로 지져서 멍석말이도 하고, 동네를 개끌 듯이 끌고 다녀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시장에 나가도 흉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 건너 온 불량 곡식이 판을 쳐서 지역 특산물은 설 곳을 잃었다. 소와 닭이 병이 걸려 죽어 나자빠지는 통에 사람들이 돌림병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바다 건너 코 큰 마을에 나와바리 전쟁이 터지자, 겁에 질린 동네 주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보스는 큰 형님들에게 상납해서 점수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상납은 구찌가 아주 컸다. 상납 금액도 장난이 아니려니와 총 맞고 칼 맞을 몸까지 대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주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고, 연일 지역 광장에는 나와바리 전쟁을 비난하는 작은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위태위태하더니만, 문제가 터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자기들끼리 치고 패는 전쟁이었다. 원래 자기 수하가 많지도 않고, 워낙 말도 함부로 하는 터라 다른 지역 보스들의 시비는 끊이질 않고 있었다. 어차피 주민들 등쳐먹고 사는 인생이면서도 더 많이 삥을 뜯었네, 내 구역에 침을 발랐네 하는 식으로 아주 쪼잔한 싸움으로 시작했다. 이러다가 이 보스 핵심 수하들이 몰매를 맞고 쫒겨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심도 등을 돌리고 수하들도 밀려난 상황에서 다른 보스들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난리 법석을 부렸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당장 전쟁터로 끌려나가 총알받이를 해야 할 주민들은 보스들끼리 하는 쌩쑈를 지켜보기로 했다. 민심도 등을 돌리고, 오빠 부대도 시들시들해진 상황에서도 만만히 물러날 보스가 아니었다. 자수성가에 배짱 두둑한 거 하나로 살아남아 온 인생이었다. 보스는 지역 광장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더니, 사과와 반성은커녕 잘잘못이 없다며 완전 배째라 행세로 강펀치를 날렸다. 공개적으로 배째는데 당할 놈이 있겠는가! 다른 지역 보스들은 완전 야마가 돌아 버렸다. 뇌물에 약점으로 관리해온 주민 가라 대표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잦은 상납과 스캔들로 불안에 떨던 가라 대표들은 이 때다 하고 몰려들었다. 주민회관 은 200명에 가까운 반대편 보스의 앞잡이 대표들과 얼마 되지 않는 이 쪽 대표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뜨거워졌다. 회관 밖 역시 보스가 동원한 오빠 부대와 이에 맞서는 꼴통들이 맞붙었다. 3월 12일이던가, 기억이 아물아물하다. 그야말로 주민회관 안과 밖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방불케 했다. 사시미가 날라 다니고, 몽둥이가 설치더니 급기야 보스 휘하의 주민대표들이 끌려나온 채 반대 편 보스들의 대표들만이 모여 보스를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보스가 짤리면서 동네 분위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보스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 전 보스들보다는 낳지 않아? 아니 짤라도 저렇게 짜르냐, 불쌍하다 불쌍해! 주민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원래 이 마을 주민들은 착하기고 흥분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고, 십 수년전 군대를 동원한 양아치 왕짱 폭력 조폭들에게 심하게 당한 휴우증으로 인해 그 기억만 들먹이면 물불을 안 가린다. 보스의 오빠 부대들은 이렇게 순진한 주민들을 현혹하기 시작했다. 전설과 영웅담을 다시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힘만 모아주면, 저 양아치들만 없애면 다음 주민대표 선거에서 완전히 장악만 하면 살만한 세상이 올꺼라고 떠들고 다녔다.

보스가 물러난지 하루도 안돼서 승리에 취해야 할 쿠테타 세력들은 이성을 잃고 흥분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보스의 오빠 부대들은 얼씨구나 보스를 새로이 옹립하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착한 주민들은, 그 동안 큰 소리 한 번 못 내보던 주민들은 말못할 불만과 분노를 그저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저 화가 났었는데, 그저 한 소리 한 번 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그런 착한 마음으로 주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이 전쟁은, 착한 주민들의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을 기약하자.

 
ㅋㅋ 재밌네요..

2탄 기대.. ~_~
03/15 12:48
ㅎㅎ 2탄은 언제나오는데요? 03/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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