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쪽지넣기’ 파문
일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4월 총선에서 투표용지와 함께 ‘이라크 파병반대’ 등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쪽지를 투표함에 넣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30일 이를 투표 방해 행위라고 규정,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이들은 “강행하겠다”며 선관위와 정면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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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에 쪽지넣기 운동=인권운동사랑방과 전국학생연대회의 등 5개 사회·학생단체로 구성된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는 지난 29일 출범식에서 총선 투표함에 투표용지와 함께 이른바 ‘개헌발의표’를 함께 넣자고 제안했다. ‘국민발의권과 국민소환권을 요구한다’고 적힌 쪽지를 넣어 국회와 행정부에 국민의 강력한 의사를 표명하자는 것이다.
반전단체인 ‘적극적 평화행동’은 국민발의권·국민소환권 요구용지와 별도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국민발의안 용지도 투표함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등 20여개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청년실업운동본부’는 총선 투표용지에 청년실업해결 요구를 담은 스티커를 붙이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청년실업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치권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므로 무효표를 만들어 정치적 의사를 직접 표현하자는 것이다.
◇발끈하는 선관위=선관위는 조직적으로 투표함에 ‘이물질’을 넣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실행에 옮겨질 경우 사전·사후에 사법처리를 의뢰할 방침임을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쪽지를 몰래 투표함에 넣는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며 ‘투표·개표 간섭 및 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내부 논의단계에서 선거법 저촉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그러나 투표 방해나 선거무효화가 목적이 아닌 만큼 강행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함에 쪽지를 넣는 행위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홍보하되 실제 투표소에서 이같은 행위가 일어날 경우 봉쇄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까지 예상된다.
투표함에서 쪽지 등 이물질이 다수 나올 경우 선거에 패배한 후보측에서 선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우려된다.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는 “투표행위의 절차는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민이 의사를 직접 표현한다 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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