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찍거나 혹은 나쁘거나
유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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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3월 23일 13시 41분 4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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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대학로 거리에 섰다. 지난 해 목놓아라 외쳤던 ‘전쟁반대’의 구호가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얼마간은 어색하리라던 예상을 뒤엎고, 전쟁반대의 구호를 외치는 이들에게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이주노동자들의 외침과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외침들이 어우러져 해방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물론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를 선동하는 모 학생단체의 주장 또한 볼 수 있었다.

어색한 마주침 그리고 융화될 수 없는 발언들

그러나 거리 행진을 마치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에 돌입했을 때 ‘이질’적인 흐름과 맞닿을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청까지 늘어선 대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길어졌으며, 새내기 때 선배들로부터 배웠던 노래들이 수많은 군중들의 목소리로 불리고 있었다. 깃발도 없이 빼곡히 들어선 그들은 탄핵무효를 몸에 붙이고 또한 손에 들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무엇이라 규정하든 그들은 거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조직하고 있었으며, 서울 한가운데를 메운 동지(?)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대안의 부재이든 선동의 부족이든 그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은 소위 ‘수구정당’의 퇴출이며, ‘희생자’인 노무현의 보다 ‘강력한’ 대통령으로의 복귀로 보인다.

단지 광화문 거리에 모여 앉아 도로를 점거하고 ‘불나비’를 부른 다는 것으로 정치의 공간이 열렸다고 착각하지는 말자. 현재 정치권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는 ‘수구’세력에 대한 적대로 협소화되었다. 불과 2주전만해도 차떼기, 대통령 측근 비리 등으로 인한 정치권에 대한 혐오는 극에 달해 있었다.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겠다던 얘기들이 지금에 와서는 ‘딴민당’ 퇴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민생파탄, 불법정치자금 등의 권력형비리에 대한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은 파병, FTA, 노동자 죽이기의 정점에 있던 노무현은 탄핵으로 인해 죄사함을 받고 그 모든 책임을 딴민당에 전가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선동은 실은 막차를 타고 있는 딴민당이 여전히 쪽수로 헌정을 유린할 수 있는 강한 세력이며, 그를 바꾸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원내1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대중들의 이에 대한 호응은 실낱 같은 희망을 발견하려는 몸부림과 같다. 그리고 노무현에 의해 준비된(닫혀진) 게임에서 승리의 희열을 느끼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대중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중한 진실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정치는 국회에서가 아니라 거리에서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발언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그저 외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FTA반대의 외침들이 절규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들을 소환하는 것으로 혹은 더 나아가 스스로의 의제를 발의하고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거리의 정치, 민주주의의 선물은 그렇게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원내 다수당이 누가 되는 것인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 보이콧을 선동하지 말고,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를 제도적으로 실현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투표에 대한 판단은 남겨두자. 그러나 국민발의제와 국민소환제가 없는 대의정치는 현재적으로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선동하자.
FTA반대, 파병 반대, 비정규직 철폐, 강제추방 반대 등을 우리의 의사로 결정하자고 주장해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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