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 본부가 촛불집회를 자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우리가 세 가지 정도를 사고해야 한다고 본다(아마 더 있을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는 대중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것이다. 물론 집회 장을 빠져 나와서 모두들 자기 일터로 돌아갔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탄핵정국 안의 총선정국이 총선정국 안의 탄핵정국으로 전도될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모여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존재한다. 단 '거리'가 아니라 온라인 오프라인 등의 '공론장'이라고 부를만한 곳을 헤매고 돌아다닐 것이다. 언론과 미디어가 이러한 장소들을 제공할 것이고, 그 '대중'을 다른 방식으로 아래쪽에서 떠받칠 것이다. 즉 언론과 미디어가 흩어질 수도 있는 대중의 '다리'다. 공중에 떠 있는 '대중'을 흔들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공격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이메일 체인 서명 받기' 운동 등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그 체인으로 거대한 다리의 발목을 감아 당겨야 한다. 이외에도 선전의 다양한 전술들(이것의 핵심은 '물량공세'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대중 스스로를 이러한 공세의 주역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이메일 체인 서명은 하나의 예이다)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한은 개입의 여지가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오마이 뉴스에 따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국민중연대 쪽에서 나왔는데, 국민발의는 매우 좋지만, 국민소환은 '내각제 개헌'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기에(실제로 내각제개헌 주장을 해온 자민련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자세한 법적 지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뭐라고 말하기가 힘든데,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이 점을 통해서 국민소환보다는 국민발의를 중심에 놓고 싸우자는 쪽으로 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인 수단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한 번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고, 만일 이러한 수단이 가용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신문 등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발의라는 점을 선전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세 번째로, 지금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을 보면, 주로 청년학생들이 눈에 띤다. 그만큼 노동현장이나 기층에서는 이 운동이 더디게 출발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메이데이'가 박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논의를 기층에서부터 조직해 올라온다면, 메이데이의 중심구호를 예컨대, '국민발의로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자!' 등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일 이에 성공한다면--그리고 이에 성공해야만 한다!--우리는 총선 이후의 정세에서 여전히 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상당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정치적인 운동으로서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총선 이후이기 때문에, 아마도 민노당과 민주노총 등이 지금보다 훨씬 탄핵정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따라 지금 보다 훨씬 확장된 전선을 생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중과 시민의 외재적 대립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보인다. 즉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를 시민으로, 능동적 시민으로 인식하고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운동에 발벗고 나서도록 추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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