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민중의 자치와 평화를 위하여
땅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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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03일 20시 57분 3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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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자치와 평화를 위하여
- 제주 4.3항쟁을 기리며 -


1948년 오늘을 기억하자!

1948년 바로 오늘, 새벽 1시, 제주도 내 각 지역 오름마다 봉화가 오르고 민중의 아들 딸인 5백여명의 유격대원이 떨쳐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이 평화로운 섬에서 일어났던 것인가.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동체적 전통과 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침략자, 수탈자를 향한 저항 정신이 면면히 흐르는 섬, 제주.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제주도민은 자치행정기구인 ‘인민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제주도의 인민위원회는, 미군정도 인정했듯이, 제주도 전역을 지배한 사실상의 자치정부였다. 그러나 미군정은 점차 이를 부인하고 탄압하기 시작했다.
1947년 3월 1일, 제주읍 내에 운집한 3만 도민은 진정한 민족해방을 갈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는 미군정의 남한 민중의 염원을 묵살한, 그럼으로써 실패한, 남한 점령 정책에 대한 저항의 표시이기도 했다. 미군정은 이에 대해, 시위를 끝내고 귀가하는 도민을 향한 조준 사격으로 대응했다. 이 결과 6명이 피살, 8명이 부상당했다.
제주 도민은 즉각 이 만행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 총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미군정은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서청)과 응원 경찰을 대거 파견하였다. 특히 서청은 무보수로, 불법적인 치안권을 행사하여 도민을 갈취하는 것이 묵인되었으므로 제주 도민에 대해 극심한 공갈과 갈취, 행패를 저질렀다. 미군정은 도처에서 도민에 대한 대검거를 단행하여 3․1시위 및 총파업 가담 혐의로 2,500여명을 체포, 구금하였다. 이후 이들에 대한 고문을 잔혹하게 자행함으로써 3명의 도민을 고문 치사케 했다. 서청의 횡포는 마을 처녀에 대한 겁간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에 맞서 1948년 4월 3일부터 시작된 유격대원의 초기 공세로 5월 10일 실시된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제주도에서는 끝내 무산되었다. 이는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남한에서도 거부되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미군정은 이에 대해 즉각 섬 전체를 피와 살육의 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후 이 땅 어디에도 대화해의 조치는 없었다. 미군사 고문단의 지시에 따라 정부군과 경찰은 “태워 없애고, 굶겨 없애고, 죽여 없애는” 삼광․삼진 작전으로 도내 중산간 마을을 초토화하고 3만여명의 인명을 살상하였다. 제주의 절경지들은 그렇게 학살터로 변해갔다. (제주 4․3 웹사이트 www.cheju43.org 참고)

학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학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날 제주의 평화로운 민중 공동체를 유린했던 세계제국 미국은 지금, 자신들의 “미국적인 생활양식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야만적인 광풍으로 휩쓸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이 터지고 총성이 끊이지 않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모든 도시와 농촌이 ‘무장한 세계화’의 발톱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지구의 자원과 환경은 오직 이윤 수탈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짓뭉개지고 있다.
그날 제주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피로 물들였던 폭압적인 국가권력은, 바로 작년 서해안의 평화로운 고장 부안땅에서, ‘경찰 계엄’의 폭력을 휘둘러 민중 생존의 터전을 만신창이로 짓밟았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까지 이 땅의 농업과 자연환경을 지켜온 소농(小農)들의 피맺힌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정부는 농민의 생존과 마지막 농지 한 뙈기마저 저 가공할 세계화의 톱니바퀴 속으로 처넣으려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라는 깃발을 내건 자본의 더욱 정교해진 착취와 탄압, 이간질 앞에서 분노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줄줄이 열사로 산화해가도 저들은 ‘노동자 이기주의’ 운운하며 “성장을 위해 분배는 없다”는 저 고색창연한 개발독재의 주술을 다시 꺼내 휘두르고 있다. 인종주의를 부추기며 자행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야만적인 ‘인간사냥’은 또 어떠한가. 이것은 대다수 민중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공공연한 동조행위, 즉 ‘이라크 파병’과 마찬가지로 평화와 형제애를 염원하는 전세계 민중에 대한 한국정부의 수치스러운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한마디로, 무장한 세계화(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 제국주의, 그리고 거기에 이 땅 민중의 생존과 국토마저 모조리 ‘상품’으로 팔아넘기고 있는 한국의 국가권력은, 지난 수십년 동안 단지 그 외피만을 거듭 바꾸어 가면서 아직도 그날의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 대 반민주니, 여(與)니 야(野)니 하는 정치놀음은, 결국 민중의 자치와 평화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이 끝없는 ‘학살’을 은폐하고 장식하면서, 어머니 대지(大地)와 민중의 피를 뽑아 벌여온 지배자들만의 잔치에 불과했다.

민중의 해방은 민중 스스로의 손으로

아직도 극우 보수세력에 의해 ‘적색’으로 매도되고 있는 4․3항쟁의 사상적인 배경은 한마디로 민중의 ‘자율․자급․자치’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계급 갈등이 별로 없이 평등하고 자치적이었던 제주의 마을 공동체들은 아나키스트들이 꿈꾸는 ‘자유 꼬뮨’과 흡사했으며, 마을들의 연대․연합으로 섬 공동체를 꾸려 외세 혹은 중앙의 강권 정치에 맞섰던 것은 ‘자유 연합’의 이상과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은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오늘 이 숭고하고 명예로운 민중의 봉기일을 맞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국의 패권주의, 예속적인 국가권력의 횡포에 맞서 민중 스스로 우리의 자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광범위한 토론을 아래로부터 조직하고,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을 호소한다. 또한 민중의 자치를 막고 평화를 짓밟으려는 모든 탄압과 착취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진정한 연대를, 풀뿌리 차원에서 아래로부터 건설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제주 민중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민중 공동체 속에 면면히 이어져온 ‘자율․자급․자치’의 강고한 전통과 자존심을 우리 속에 다시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일차적인 과제임일 잊지 말자.

● 우리는 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일단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국가권력 기구인 ‘의회’는 민중의 자치와 평화를 옹호하고 방어하는 한에서 우리가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일지언정, 그것의 일부를 지배자들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 민중의 해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 국가권력의 근본적인 폭력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위에서, 그에 대한 민중의 직접적인 개입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 ― 민중발의제와 민중소환제 등을 비롯한 ― 을 마련할 수 있는 토론과 투쟁을 조직하자.
● 공허한 구호가 아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노동자-농민의 연대가 시급히 필요하다. 이것은 머지않아 닥쳐올 세계적인 식량․에너지 파국 및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폭압적인 민중수탈에 맞서, 우리의 식량․농업을 아래로부터 보호하고 확보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바리케이트’ 이 쪽, 민중의 편에 식량을 스스로 확보해 두지 않는 한, 민중의 자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은 지속될 수 없다. 이를 위해 개별 노조(작업장)와 농촌 공동체의 형제적 연대와 직거래를 지금 당장 조직해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 민중의 생존에 절대 불가결한 에너지 문제를 민중 스스로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는 석유 패권주의에 미쳐 전세계를 전쟁의 포연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의 광란에 더 이상 우리가 동참하지 않고, 전세계 민중과 함께 형제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이제 손에 잡힐 만큼 다가와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석유경제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평화를 스스로 버리고 미국과 석유 다국적기업의 노예가 되어 언제라도 전쟁의 총알받이로 나서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태양과 물, 바람을 이용한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실험은 이미 국제적인 연대 속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으며, 여러 나라들이 이미 석유와 원자력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에 돌입하고 있음을 우리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농업․식량을 보호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자주적인 노력은, 현재 우리 민중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매우 의미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한 일자리 만들기의 가능성은 현재 지배자들이 떠벌이고 있는 온갖 기만적이고 자연파괴적인 기획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져 있다. 농업․식량 및 에너지 문제의 자주적이고 생태적인 해결의 탁월한 사례로 쿠바의 ‘유기농업혁명’의 사례를 참고․연구하고 모든 기층단위에서 토론하자.
● 이제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고 민중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일단 ‘파이’를 키운 다음에 ‘분배’도 가능하다는 지배자들의 거짓 선전에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된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모두가 한꺼번에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저들은 호들갑을 떨고 우리를 협박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쥐꼬리만한 권리와 자유마저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민중의 투쟁의 역사를 통해 분명히 알고 있다. 저들이 날이면 날마다 떠벌이는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언제나 저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되어있다. 오히려 우리 민중은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나날의 전쟁 속에서 마을 공동체를 빼앗겨 왔고 우리의 목숨을 단축시켜 왔으며, 숨 쉴 만한 공기와 비옥한 땅, 무엇보다 자립과 자치의 정신, 그리고 자존심을 모조리 내어놓아야 했다. 저들의 ‘경제성장’은 우리의 ‘풍요’가 아니며, 저들의 ‘안정’은 우리의 ‘평화’가 아니다.
● 어떠한 ‘전쟁’도 민중의 이익과는 상관이 없다. 전쟁과 군대가 있는 한, 우리에게는 평화도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와 한국군 파병 철회 및 철군을 강력히 요구한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전세계 민중의 형제애와 연대를 위한 첫걸음이다.
● 무장한 세계화는 세계 곳곳에서 우리 민중 형제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 현재 한국에 와있는 이주 노동자들 또한 이러한 신자유주의 수탈의 희생자들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민중은 형제애로써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방어할 것이며, 우리의 형제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자본과 권력의 모든 횡포에 맞서 연대하여 싸울 것이다.

제주 민중들의 명예로운 저항을 기리며
4.3항쟁 56주년 (2004년) 4월 3일
대구 땅과 자유 (cafe.daum.net/narakh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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