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대중의 정서와 좌파의 정치(I)
- 남구현·이해영·최형익 3인의 비판에 대하여
김성구 (한신대 교수) 읽음: 6501
작성일: 2004년03월29일 01시51분05초
'범국민행동'과 광화문의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 대중들로부터 고립된 좌파, 들어주는 사람 없는 민중탄핵 목소리... 좌파단체들의 마음이 얼마나 갑갑할까는 불문가지다.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는 어디에서 잘못 되었을까? 이를 어떻게 돌파할까? 이런 질문들이 머리를 짓누른다.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관계부터 검토해 보도록 한다.

우선 좌파의 정세평가와 전술이 잘못되었나 하고 뒤돌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잘못이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유주의자들이 설정한 민주 대 반민주 구도 또는 수구 대 개혁의 구도는 노무현의 재신임을 위한 구도라는 것, 이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의 민중전선을 교란시키고 민중운동을 신자유주의로 포섭하여 그 세력을 강화시킨다는 것, 따라서 민중운동은 자유주의 개혁전선을 비판하고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복원, 강화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잘못된 주장은 없다.

오류는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논자들에게 있다. 남구현·이해영·최형익 세 사람의 이름으로 민중탄핵론 비판이 제출되었는데, 그 주장인즉 국회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의한 대통령 탄핵소추 결정은 의회쿠데타이고 테르미도르의 반동에 비교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이 어떻게 정치학 전공자, 그것도 맑스주의 정치학 전공자인가 의심스럽다.

형식적으로도 그렇고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한나라-민주당 대 열린우리당의 탄핵대결이 어떻게 헌법질서를 위협하는 문제인가? 또 어떻게 이 문제가 자유주의질서로부터 파시즘과 극우반동으로의 회귀여하가 걸려있는 문제인가? 이 세 개의 당은 노무현 정권 이전에도 동일한 헌법 하에서 한국정치를 지배하였었고, 지배적인 정당은 김영삼의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 김대중의 민주당이었으며, 지금은 그 뿌리를 같이 하는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이다. 김영삼의 한나라당 대 김대중의 민주당간의 대결, 그리고 이회창의 한나라당 대 노무현의 민주당간의 대결이 극우반동과 민주주의의 대결이었나?

위의 세 사람은 이런 정세평가에 근거해서 어이없게도 반파시즘 전술제안까지 하고 있다. 즉 파시즘에 대항하는 통일전선, 인민전선의 의의를 환기시키고 좌파들이 극우반동 대 민주주의라는 투쟁에서 노무현-열린우리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민주주의 운동에서 좌파가 고립된 것은 극우보수파에 대한 전선에서 중간계급과 자유주의 정파를 함께 무차별하게 공격하거나 심지어 주적을 자유주의 정파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좌파의 전술을 비판한다. 좌파가 이른바 사회파시즘론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정치학 전공자들의 이런 정세인식과 전술제안은 채만수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아는 게 병"인 셈이고 나대로 말한다면 "모르는 게 약"이다.

이들의 논리를 따른다면, 1997년의 이회창 대 김대중의 대선경쟁은 극우반동의 유지인가 아니면 자유주의로의 진보인가를, 2002년의 이회창 대 노무현의 대선 경쟁은 자유주의의 유지인가 아니면 극우반동으로의 회귀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투쟁인 셈인데,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좌파들은 이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독자적인 좌파후보를 내세웠으니 중대한 전술적 오류를 범한 셈이다.

1997년 대선에서 나를 포함하여 좌파 지식인들은 국민승리 21의 권영길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하였는데, 내가 알기에 세 사람 중 한 사람(남구현 교수)은 권영길 후보의 우파적 성향을 비판하면서 보다 좌파적 입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계속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자유주의 정치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선전하는 사람이 진보진영의 후보가 우파성향이라서 지지하기 어렵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들의 주장을 따른다면, 극우반동이냐 자유주의냐 하는 중대한 싸움에서 사회파시즘론에 빠져있던 것은 요컨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들 자신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여전히 극우반동의 문제가 지배한 2002년 대선에서 이들은 누구를 지지하였나? 극우반동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노무현을 지지하였나? 아니면 사회파시즘론에 입각해 사회당 후보를 지지하였나? 나는 이들이 다른 좌파들을 문제삼을 게 아니라 자기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자기비판도 정세평가의 오류 때문에 제대로 될 수도 없다.

이들을 따라 극우반동 대 자유주의라는 전선설정을 수용한다면,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 좌파는 모두 자유주의 정파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했어야만 했다. 결국 이들은 지금 2004년에도 비판적 지지론을 들고 나왔다. 왜 비판적 지지인가? 이들은 말한다. 노무현의 집권 하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져왔는 바, 이에 대해 수구반동들의 위기감이 고조하고 저항이 매우 날카로워져서 극우반동 대 자유주의의 대립이 지배하는 정세가 되었었고, 이런 위기정세가 국회에서 한나라-민주당의 대통령 탄핵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이런 정세 평가가 역사 현실과 어긋난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극우반동 대 자유주의의 대립은 현재가 아니라 오히려 2002년, 1997년으로 거슬러갈수록 더욱 더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이전과 이후 전선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그 민주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들에 따르면 그것은 한국정치를 지배했던 사당정치, 보스정치, 지역주의의 청산 등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에 있다. 그런데 이런 개혁이 파시즘-극우반동과 의회민주주의를 차별하게 하는 척도란 말인가? 파시즘과 극우반동의 본질은 의회민주주의의 후진국적 형태나 그 왜곡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적이든 실제적이든 의회민주주의 자체의 부정에 있는 것이라면,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이를 선진화시키려는 성격의 자유주의 개혁은 당연히 극우반동-파시즘과 대항하는 개혁이 아니다.

자유주의 전통의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조차도 5공화국의 극우적 뿌리를 가지고 있어도 또 6공화국에서 노태우 정권의 유산을 가지고 있어도 그 동안 이합집산의 변화를 통해 그 극우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 탈각하고 보수적 정당으로 변신을 꾀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탄핵문제는 자유주의 대 극우반동의 대결이거나 현행 헌법질서의 붕괴 문제가 아니고 다만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간의 정파적 다툼일 뿐이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현 헌법질서 하에서 대통령을 다시 뽑으면 되는 것이고 새 대통령이 자유주의자이든 보수주의자이든 기존의 헌법질서 하에서는 부차적인 의미만을 가질 뿐이다.

맑스주의자 3인의 주장은 사실 자유주의자들이 하는 주장과 동일하다. 유시민은 탄핵국면 이전부터 공화국의 위기를 운운했었고, 열린우리당은 탄핵을 의회쿠데타라 규정했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과의 권력투쟁을 이렇게 헌법질서의 위기로 과대포장하고 선전해서 대중들을 자유주의 지지로 끌어모으려 하였고 또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도에서 보는 바처럼 생각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이에 성공하였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선전과는 달리 본심으로는 현재의 탄핵국면을 결코 헌정질서의 전복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광화문에 몰려간 그 대중들도 지금의 정세가 파시즘으로 회귀하는 공화국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광화문에서도, 우리 사회의 어떤 영역에서도 그러한 위기의식과, 정치적, 사회적, 계급적 긴장과 충돌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평화 현상이야말로 현 정세가 공화국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런데 맑스주의자로 자처하는 인물들이 헌법질서의 위기라고 떠들어대면서 대중들에게 자유주의자들을 지키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탄핵정국의 추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또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도적인 승리 전망을 직시하는 사람이라면, 탄핵문제에서 자유주의자에 대한 공격이 주요한 측면이고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은 부차적이라는 것,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대항해 자립적인 진보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좌파의 올바른 대응방향이었음을 이해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열린우리당을 이런 관점에서 공격하고 민중의 힘으로 노무현을 탄핵하자는 좌파진영의 입장을 양비론이니 한나라당과 합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는 논자들에 대해서는 가소로울 뿐이다. 이는 우리사회를 기껏해야 조중동-한나라 대 한겨레-열린우리당의 대결이라는 편협한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안티조선의 부르주아 시각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위 3인의 의견은 단순하게 좌파의 논쟁을 활성화하고 단지 논쟁의 흥행을 가져온다고 좋게 생각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논쟁의 흥행이 아니라 논쟁의 해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처음의 질문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정세평가와 전술에서 근본적으로 오류가 없었다면, 왜 좌파는 대중들로부터 고립되고 궁색하게 되었는가? 강내희 교수는 최근의 글에서 이런 고민을 좌파의 무능력, 실력부족이라 했다. 이런 평가는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좌파의 이 무능력과 실력부족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왜 좌파가 대중들과 함께 가지 못하고 대중들로부터 오히려 소외되었을까? 위 3인의 비판처럼 좌파가 이념적이고 계급적인 요구만을 제출하고 민주주의 투쟁을 거부했기 때문인가? 좌파가 이념적, 정치적 순결성을 위해 대중들로부터 선을 긋고 스스로를 폐쇄했던 것인가? 대중들과 대중운동 그리고 좌파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탄핵과 총선이라는 특정한 국면에서 전개된 대중들의 운동과 좌파의 개입이라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계속)
 
새우깡 이 글엔 왜 댓글이 없지??? 03/30 19:56
양파링 잼있게(?) 잘 보았습니다 03/30 19:58
더팔게 넘 어려워요~ㅇㅇ.
하여튼, 2탄의 자기 성찰과 대안 모색을 기대해 봅니다.
03/31 16:29
쥐팔게 참!!!
남구현, 이해영, 최형익 선생님들의 반론을 들어 봤으면 싶은데요.
이 공간이
평행하는 입장들을 감상한 후 그 중 하나는 취사선택하는 데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설득과 동의가 이루어지는 데 였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03/31 16:32
덴뿌라 옳소~ 반론을 듣고싶다. 그에 대한 김성구 교수님의 재반론도.. 서로가 서로의 주장에 일말의 가치도 없다. 이런 식으로만 맞서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03/31 17:05
김성구 이 글을 읽고 코멘트를 올린 분들에게는 답변을 하는 게 필요하겠죠. 그러면서도 차일피일 하다가 이렇게 함께 답변하는 걸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나도 인터넷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럽니다. 내 글이 I, II로 나뉘었던 관계로 이 답변도 I, II에 다 올려놓겠습니다.

<새우깡>님 생각처럼 이 글에 댓글이 많은 건 아닌데, 나도 이 글이 상당히 논쟁적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이 없다는 생각이지만, <양파링>, <ㅠㅠ>, <Metheus>님처럼 이 글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편하게 생각합니다.

<더팔게>님, 두 번째 글은 첫 번째 보다 좀 읽어갈만 하던가요? 이 사이트가 지향하는 것도 대중적인 토론이어서 나름대로 쉽게 쓰고자 했는데, 강내희 교수나 손호철 교수처럼 글을 그렇게 쉽게 쓰는 재주는 나한테 없습니다.

<쥐팔게>, <덴뿌라>님은 내 비판에 대해 3인 교수의 반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내 글이 3인 교수의 글에 대한 반론이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네요. 내가 일방적으로 주장을 하고 내 글을 읽은 분들에게 내 입장을 받아들여라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3인 교수는 나도 개인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혁심판 민중행동'의 입장에 대해 비판을 했던 것이고, 나는 개인적인 글이기는 하지만 '민중행동'의 입장을 변호하고자 반론을 한 것입니다. 내 글이 완결되었기 때문에 이미 두 개의 견해들간에 쟁점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3인의 교수가 재반론을 한다면 토론은 더 진전되겠지만, 이미 나온 두 개의 주장을 통해서도 단순히 취사선택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논거가 제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탄핵국면에서 좌파와 대중간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Metheus>님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같이 고민하는 문제로 남겨놓겠습니다. 나는 다만 민주노총 등이 민중연대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좌파와 함께 민중운동의 관점에서 '범국민행동'에 대항해 독자적인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면 대중들을 어느 정도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끌어들이고 그만큼 좌파와 대중간의 모순도 지금처럼 극명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님, 나는 여기서 3인의 교수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인가를 다룬 게 아닙니다. 나는 3인의 교수가 당면한 투쟁에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비판하고 개혁전선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비판한 것이고, 이 점은 너무도 분명해서 내가 전선치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3인 교수의 이런 태도는 그들의 이론적 한계와 실천적 오류에 근거한 것이고, 따라서 3인의 교수가 앞으로 민중운동과 다시 결합해 좌파의 입장을 회복하려 한다면, 이런 한계와 오류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3인 교수든 누구든 좌파라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자의압박!>님의 지적처럼 나도 두 번째 글이 길어져서 어떻게 하나 여러 생각을 했는데, 사이트 운영자들이 답변한 것처럼 또 나누는 것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긴 길을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미선이>님 반론은 하나의 글이더군요. 나도 답변이 좀 길어집니다.

첫째 문제는 내가 결론을 전제했다는 것인데, 이건 <미선이>님이 글을 잘못 읽은 겁니다. 님은 내가 "탄핵반대 투쟁이 신자유주의 지배를 확고히 한다는 점"을 이미 전제해서 "민주 반민주의 구도가 곧바로 노무현을 재신임 구도이며 결국 반신자유주의의 민중전선이 신자유주의에 포섭된다"고 주장했다고 했는데, 전제와 결론이 뒤바뀐 겁니다. 나는 탄핵무효화와 보수정치 심판이라는 요구는 곧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심판하고 노무현의 재신임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요구를 따라가면 민중운동도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정권을 재신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반대 투쟁은 신자유주의 지배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 겁니다.

둘째, 그런데 <미선이>님은 탄핵반대 투쟁이 오히려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기여할 거라고 주장하는데, 탄핵반대 집회와 투쟁이 대중의 의사소통을 넓혀주는 장으로서 기능할 거라는 점을 근거로 대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민주화가 전제되어야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의사소통의 민주화가 진보를 위한 투쟁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반대하는 게 아니죠. 그러나 그 의사소통도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으로부터 민간정권으로 이행된 이래 한국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 형식의 진전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지배가 강화되어온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광화문 집회를 비판할 때, 대중의 투쟁에 결합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대중의 투쟁에 결합할 때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한 것인데, 탄핵을 무효화하고 보수정치를 심판하자는 '범국민행동'의 요구는 이 집회에서의 의사소통의 확장을 신자유주의 지배의 강화로 가져가기 때문에 그것과 다른 조건을 우리가 요구한 겁니다. 그게 무어냐? 민주노총과 민중연대가 '범국민행동'에 참가하지 않고 탄핵무효화와 보수정치 심판이 아니라 노무현과 신자유주의 심판을 걸고 자신들의 대중조직을 동원해서 독자적인 민중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대중운동을 활성화하고 대중의 의사소통을 확대해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기반 위에서 '범국민행동'의 집회에 개입하고 거기에 참가한 대중에게 다른 목소리로 소통할 것을 주장했던 겁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를 정치투쟁의 내용과 분리해서 형식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셋째, 탄핵반대가 곧 노무현-열린우리당 지지가 아니라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민노당 지지자처럼 진보적인 성향도 있다는 반론에 대해.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탄핵반대 전선이 노무현 재신임에 복무하는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입니다. 님은 여론조사를 거론했는데, 여론조사는 님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지 않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탄핵여론은 반대 70-75%, 찬성 25-30%인데, 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 40-45%, 한나라당 20%, 민노당 5%, 민주당 3%, 무응답 또는 지지정당 없음 30-35%입니다. 님이 말한 대로 탄핵반대자들이 모두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습니다. 탄핵반대자들 중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로 가지 않는 수가 40%에 이릅니다. 절대적으로는 전 조사유권자의 30%입니다. 이들이 어디로 갔습니까? 민노당은 5%뿐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아마도 지지정당 없음으로 갔을 겁니다. 지지정당 없음이라고 한 사람들은 대부분 탈정치화된 사람들인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탄핵반대의 입장에 서고 노무현 재신임의 여론에 동참한 것은 바로 탄핵반대 전선이 가져온 정치적 효과 때문일 겁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20% 포인트나 늘어난 것도 부정할 수 없이 그 효과 아닙니까? 이건 님이 말하는 어느 정도의 반사효과가 아니라 결정적(!) 효과입니다.

마지막으로 <환멸>님한테는 나도 환멸입니다. 탄핵국면에서든 어떤 정세에서든 좌파와 민중과 민중운동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올바른가, 그것이 정세와 운동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그것에 의해 변화된 조건이 민중의 삶을 결정하는 데, <환멸>님은 그런 걸 토론하고 논쟁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운동과 실천을 하고 있습니까? 내 글이 원칙을 내세우고 선명성 경쟁을 하는 걸로 이해합니까?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쌈박질로 생각합니까? 나도 오히려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이런 실천 논쟁에 들어오지 않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제발! 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내 글은 현실을 논쟁하고 있는 겁니다. 이 글에서 내가 원칙을 세우고 다른 사람을 치고 있다고 몰게 아니라 내 주장이 무엇이 문제인지, 현실에 비추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이런 걸 지적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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