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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의 진실 [1] - 제발 노동자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보자!
현재의 탄핵 정국은 자본분파간의 대립과 투쟁의 산물이다. 노무현 정권과 여당은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구야당 역시 그러한 지배세력의 이해와 요구를 그대로 대변해 왔다.
때문에 저들 모두는 노동자 계급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하고 하나 된 정치적 입장을 취해왔다. 실업과 절대빈곤층의 확대재생산, 손배가압류, 공권력 투입, 구속노동자 증가 등 극심한 노동탄압, 주40시간 도입을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의 개악, 경제특구법 제정, 파견근로 확대와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살인적 강제추방, 배달호 열사를 비롯한 2003년 노동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연쇄살인, 대공장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몰아붙이는 이데올로기 공격, 2004년 대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억제 방침 등 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강화와 무차별 공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미 제국주의의 시녀로써 기층 민중들에 대한 수탈과 착취를 강화하는 공격에 대해서도 저들의 정치적 입장은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었다.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군 파병, FTA 비준 및 수입개방, 신용불량자의 폭발적 양산과 이들에 대한 연쇄 살인 등이 그것이다.
단지 저들 사이에서 이견을 보이며 극렬한 충돌을 일으킨 정치개혁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부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루려는 세력과 반민주적 세력간의 투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천문학적인 정치, 선거자금을 취하는데 있어서는 여당과 야당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의 정치개혁이라는 것 역시 자본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겠다거나, 자본가들만의 이해와 요구를 배타적으로 비호해온 기본적인 성격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 성격은 엄밀히 말해서 대립하고 있는 상호간에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상호 일정정도의 보급을 합법화하고 진성화(합리화) 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선거제도의 개혁 역시 상호간의 극렬한 대립은 피하면서, 노동자와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의회정치로 국한하고 포섭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며, 국민소환권의 제도화 등 정치적 민주주의의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 역시도 4.15총선에서 설사 여당이 70%이상 의회를 장악 한다 고해도 실제 관철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참고로 소환권과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조차도 조직 내에서 수년이 지나도록 제도화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탄핵정국의 진실 [2] - 조합원 대중의 동요와 혼란=탈정치화와 탈주체화
민주노총의 지침이 1주일가량 먼저 공중파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조합원들은 매우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수의 조합원들은 혼란과 동요에 빠졌고, 월드컵 응원전이나 미순이 효선이 추모집회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집회군중들 사이에 왜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년 11월 열사정국 속에서 우리 단위노조차원에서도 총파업을 결행할 당시,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에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노무현 정권을 성토하던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민주노총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3월 24일 우리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의해 실제 잔업거부 투쟁에 돌입했다는 단위노조나, 이러한 지침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조직하는 업종 또는 연맹을 보지 못했다. 결국 매우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진 선언이라는 것 빼고는, 실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써의 의미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이번 지침은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에서 수임된 중앙위(?) 안건은 성원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결국은 이수호 위원장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답답한 것은 심지어 이 과정에 대해서 그 누구도 관심도 없고,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침에 얼마나 따랐고, 의사결정 과정상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확실한 것은 민주노총의 이번 지침은 산하 조합원 대중을 또다시 철저한 정치적 객체로 전락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히려, 판단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이런 헛갈리는 정국 속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한 전국공무원노조, 단기간이지만 신속하게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탄핵반대 입장을 발표한 전교조의 사례는 약간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낮은 수위의 접근이기는 하지만, 조합원 대중을 정치적 주체로 인식하고 대처한 매우 소중하고 긍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정세를 놓고 제일 먼저, 우리 단위노조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저들만의 잔치, 저들만의 난리'라는 제목으로 위원장으로써의 매우 부족하고 추상적인 나의 견해를 밝히는 유인물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하였다. 노동자적 관점에서 정세를 바라보고 절대로 동요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우리나라의 자본분파간의 대립과 갈등이 낳은 탄핵정국의 본질과 비록 짧은 지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베네주엘라 차베스 정권의 볼리바르 혁명의 사례를 들기도 하였으며, 마지막에는 자본이 장악한 이 공장과 사회의 권력을 노동자의 손으로 끝장내자고 선전선동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동에 뒤이어, 우선 중식집회를 통해 공개적인 의사표현의 형태(스티커투표)로 회사측의 조직개편 강행과정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악덕경영인으로 지목된 부사장에 대한 탄핵찬반투표를 강행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지침에 대한 상집 토론을 통해 공장별 조합원 간담회 시간을 활용하여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한 뒤 입장을 정리하기로 하였으며, 조합원 간담회에서는 상집회의에서 제출된 세 가지 방안을 놓고 역시 공개적인 의사표현의 형태(거수)로 의사를 수렴하였다.
물론 일정하게는 위원장의 견해가 바탕에 깔려있었고, 엄밀한 형식이나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는 못하는 등 여러 가지 한계는 있었지만 조합원들에게 정치적인 견해를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행위임을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거수로 의사를 표현하게 하였다.
첫째는 민주노총의 탄핵반대지침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히며 지침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방안, 둘째는 분명히 문제점에 대한 비판 의사를 밝히더라도 지도부가 결정한 행동에 있어서는 통일된 조직행동 원칙에 따라, 지침에 따르자는 것이었다. 셋째는 행동통일 원칙에 따라 잔업거부 투쟁은 진행하되, 역시 비판적인 견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민주노총에 입장을 전달하고 탄핵반대를 걸지 않고 단위사업장 주요현안요구를 전면에 걸자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다수 견해는 세 번째 안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이렇게 모아진 다수견해가 모호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노무현 정권이 주도적으로 연출한 탄핵정국과 이에 따른 민주노총(지도부)의 행보에 대해 현장조합원들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며 비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부 현장활동가들 중에는 비록 즉자적인 의사수렴이라는 과정이긴 했지만, 비교적 중요한 사안에 대한 대중적 의사수렴 과정이라는 점에서 형식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동지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의사수렴 과정의 한계보다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가 범하고 있는 조합원대중의 탈정치화, 탈주체화의 오류가 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한다.
탄핵정국의 진실 [3] - 탄핵반대 투쟁=노사화합 선언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장을 돌며 많은 조합원들과 대화(또는 토론)를 나누던 과정 속에서 나는 활동가로써의 내가 '그동안 일반조합원들 보다도 더 심각하게 매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오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에 나름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야간 현장순회 도중의 일이다. 그래도 밤늦은 시간, 야간근무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위원장이 찾아왔다고 현장을 돌다가 멈춰선 자리에 주변 공정의 몇몇 조합원들이 잠시 일을 멈추고 모여들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 악수를 나누며 이런 저런 근황을 살피던 중, 어느 조합원이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인 탄핵정국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물었다.
나는 "글쎄요,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지난 주에 내보낸 유인물에서 짧은 제 견해를 밝혔었고, 우리 노동자들이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지만 뭐 그 이상으로는 쉽게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
그러나 이내 어느 조합원이 말문을 열었다. "열우당이나 민노총이 이유야 서로 쪼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촛불집회 같이하고 노무현 탄핵에 반대하는 건 일종에 노사화합선언 같은 거 아녀? 이것도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겨?"
이에 받아치듯이 옆에 있던 조합원이 말을 잇는다. "위원장님 물어 볼게 있는데요. 새로 된 민노총 위원장이 총파업 안 하겠다고 공약해서 위원장 된 거 아니었나요?"
나는 당혹해하며 대답했다. "에이 그래도 ㅏ 틀리고, ㅓ 틀리다고 했는데 총파업 안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죠. 정확히 얘기하자면 총파업을 하게 되도 잘 준비해서 하자 뭐 그런 거 였죠."
그러자 나에게 질문했던 조합원이 이번엔 직격탄과 같은 질문을 날렸다. "우리 조합에서는 부분 파업, 전면파업 같은 거 하는 거고, 민주노총은 연대파업, 총파업 같은 거 하는 게 아닙니까? 근데 작년 마냥 민노총 소속 조합 위원장들 줄줄이 죽어 나가는데도 준비해서 총파업한다고 하면 그게 이치에 맞는 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얘기해 보세요. 00형 얘기처럼 탄핵반대 하자는 건 노사화합선언 같은 거고, 민노총이 총파업 안 하겠다는 건 무쟁의 선언 같은 거 아닙니까?"
나는 순간 할말을 잊어버렸다. 이내 허허허 웃으며 머리만 긁적거리면서 말을 잊지 못하고 급히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또렷이 되 뇌이게 되었다.
'이야 대중에게 배우란 얘기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구나? 이런 게 바로 계급적 직관력이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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