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 첫날 - 유쾌!상쾌!통쾌!
대통령 탄핵 가결 첫날 부안 사람들의 자조 섞인 말이다. 보수우익단체들의 결사항전의 모습과는 달리 웃음을 지으며 즐겁다는 듯이 어디에서 부안군민 만세!! 노무현탄핵 만세!!를 외치고 있다. 좀 이상하다고 시비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그 놈 잘 됐다고들 요란이다. 하지만 민주와 자치를 경험했던 주민들은 역시 달랐다. 하루가 지나고 나자 현정부에 대한 묵은 감정과 들뜬 기쁨은 뒤로하고 "여, 야 정당들의 당리당략에 국민들만 죽어 난다"고 이내 분위기가 반전된다.

정치인 모두의 탓으로 돌리는 부안의 민주주의
부안자치의 탄핵 민심은 한마디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90%를 자랑했던 때와는 정반대이다. 그렇다고 민주당·한나라당 공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그 동안 투쟁의 경험에서 얻은 부안 주민의 자치가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들이 지난 8개월 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국가의 온갖 폭력과 탄압에 맞서 싸웠던 투쟁을 주민자치라는 장관으로 뒤안길을 찾았던 기억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아 자신들이 치러야 했고 치르고 싶었던 청와대 장례식을 보수정치 모리배에게 넘겨준 아쉬움이 배어 나오는 것이다. 탄핵정국을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결구도로 설정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지난 부안 투쟁동안 노무현 정권은 군부독재나 다름없었다", "노무현 살리기 분위는 안된다"는 단호함은 지난 투쟁의 고단함을 읽게 한다.

결국 부안의 선택은 자치의 길이다
부안 지역 내부에서 선거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사실 누구도 지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투쟁을 정치에 이용하려 했다며 이미 일침을 놓은 상태이고 열린우리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분통을 터뜨려 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무현 찍은 손가락을 잘라서 청와대에 보내야 한다"고 강변했을까? 정치꾼들의 생존을 지켜주기 위해 다시는 자신의 손가락하나를 줄 수 없다는 절박함은, 정치인들을 통해 부안핵폐기장 백지화가 될 수 없다는 투쟁의 경험 때문이다. 마을 한 켠에서 '보이콧'이 주장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과연 부안의 총선은 혼미한 탄핵정국을 뚫고 '보이콧'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모두의 관심과 연대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