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5월 22일(토) 오후 2시 연세대 상경대학 본관 B121호실에게 개최된 오세철교수 명예퇴임 기념토론회 “좌파운동의 반성과 모색”에서 발표한 글이라고 합니다,
- 퍼온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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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운동의 과제와 전망
김 세 균(서울대 교수, 정치학)
1. 좌파란?
‘좌파’란 넓은 의미에서는 ‘보수 대 진보’의 대립구도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세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늘날 ‘수구 대 개혁’을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본선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런 구분은 한국에서 민주개혁의 과제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의를 지니지만, 지배세력 내부의 양대 세력의 차이를 절대화하는 반면 ‘신자유주의 지지’라는 양대 세력의 동질성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늘날 지배세력과 민중이 신자유주의 문제를 둘러싸고 근본적인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닌다.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관점에서 본다면 ‘보수 대 진보’는 오늘날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지지 대 신자유주의 반대’에 의해 구분되며, 수구세력이든 개혁세력이든 이들이 신자유주의 지지라는 점에서 이들은 보수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신자유주의 지지세력은 ‘범우파 내지 범보수 세력’으로, 신자유주의 반대세력은 ‘범좌파 내지 범진보 세력’으로 구분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범진보세력은 오늘날 크게 보아 ‘반제 민족주의세력’과 ‘계급적 진보세력’으로 구분되며, 계급적 진보세력은 다시 크게 보아 ‘사민주의세력’ 중심의 ‘계급적 우파세력’과 ‘변혁적 좌파세력’으로 불릴 수 있는 ‘계급적 좌파세력’(‘좌파의 좌파’)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좌파란 넓은 의미에서는 ‘범진보세력’으로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중범위 수준에서는 ‘계급적 진보세력’ 전체를, 좁게는 ‘변혁적 좌파세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변혁적 좌파세력만을 좌파세력으로 지칭하는 이유는 이 세력만이 ‘자본주의의 극복’을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좌파세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글에서는 좌파에 대한 이러한 증층적 구분을 염두에 두면서도 좌파를 ‘좁은 의미의 좌파’, 즉 ‘좌파의 좌파’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한정시켜 논의를 전개하려고 한다.
2. 좌파운동의 당면과제들
좌파세력이란 대중투쟁의 활성화와 대중투쟁의 변혁투쟁으로의 성장-발전 및 이를 통한 사회변혁의 달성을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활동하는 인자들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좌파세력은 현재 어떤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인가?
- 좌파세력은 무엇보다 노동자대중운동, 특히 현장노동자운동의 활성화-급진화 및 선진적 현장활동가들의 전국적인 조직화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 아울러 오늘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여성노동자ㅡ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강화되고 있으며 실업노동자들의 처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사정에 비춰 비정규직 노동자 및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실업노동자운동의 활성화-급진화 및 이들의 정치적 조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오늘날 민주노총은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참여와 투쟁의 병행 등을 명분으로 노사정위로의 참여 모색, 투쟁노선의 완화 등 뚜렷하게 우경화의 방향을 걷고 있다. 때문에 지배세력이 일정한 양보책을 통해 지도부를 견인한다면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를 뒷받침하는 자본과 국가의 대노동자통제기구 역할도 아울러 수행할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노조들이 국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집단이기주의적 대응책으로 ‘실리주의', ’노사협조주의‘ 경향에 급속하게 빠져들고 있다. 이런 사태전개에 비춰 좌파세력은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민주노총의 우경화 및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에서 나타나는 실리주의-노사협조주의 경향을 저지하고 민주노조운동이 전투성, 계급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좌파세력은 아울러 농민문제, 빈민문제 등에 적극 개입하는 동시에 기층민중연대의 구축, 과 기층민중운동의 활성화-급진화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한편, 민주개혁의 진전 등을 위해 정세에 따라 시민운동, 특히 시민운동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부분과는 한시적으로 제휴-연대할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견제대상 내지 타격대상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 계급운동으로 모두 환원되지 않는 사회운동들이 대체로 중간층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운동세력 주도 하에 전개되고 있다. 좌파세력은 이들 운동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등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이들 운동이 ‘반자본운동’과 결합하도록 그런 운동들에 적극 개입해야 하며, 반자본운동과 결합한 여성운동, 환경운동의 활성화 등을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교육, 문화, 보건, 정보통신 등 사회운동의 각 부분에서 계급적-민중적 부분운동을 만들어 내고 이들 운동이 각 부문운동을 주도하는 운동으로 성장-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민족문제, 통일문제 등에도 적극 개입해 민족운동, 통일운동 등에 계급성, 민중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오늘날 지배세력과 노동자-민중들 간에는 신자유주의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중요한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때문에 ‘신자유주의 반대 범진보 연대전선’의 형성은 시대적 과제에 속한다. 그런데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지배세력 내부에서 ‘수구 대 개혁’의 대립구도가 크게 허물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해 왔던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게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물려준 데에다가 한나라당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전의 수구보수의 입장을 일정하게 교정해 자신의 노선을 온건화시키고 있는 데에, 다른 한편으로는 열린우리당 내부에 ‘실용주의노선'을 내세우는 세력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노동자-민중진영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동질성을 확보한 단일의 신자유주의지배세력의 두 분파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개혁을 어느 수준까지 추진할 것인가,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의 문제점을 어느 수준까지 교정해 나갈 것인가, 이라크파병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대미-대북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해 나갈 것인가 등을 둘러싸고 수구 대 개혁의 대립구도는 여전히 존재하며, 열린우리당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수구적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개혁세력이 국가통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이들이 의회에서도 다수세력이 되었다. 그러므로 지배블록의 명실상부한 지배적 분파는 개혁세력이다. 때문에 이들 개혁세력이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개편 등을 추동해가는 지배블록 내부의 핵심세력임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개혁세력은 한국사회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개편을 추진해 나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개편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무마하고 대중적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신자유주의 개편이 몰고 오는 제반 사회적 문제들의 완화를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민중의 상층부를 체제 내에 포섭시키는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권이 내세우는 이른바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은 노동자-민중운동의 지도부를 코포라티즘적 협조세력으로 변질시켜 이들을 통해 노동자-민중 전체를 통제하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정권의 이러한 시도는 민주노총 운동이 오늘날 우경화되고 있는 사실에 비춰 전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일정하게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반대 투쟁의 주요 과제는 내국적으로는 빈곤 타파, 불안정노동 철폐, 공공성-사회성 확보, 여성-장애-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등일 것이다. 아울러 신자유주의 문제가 세계적 수준에서는 시장개방, 미국의 무장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이 만들어내는 전쟁 문제 등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반전 반제’, (‘자유무역협정 체결 반대’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등도 신자유주의반대 운동의 주요한 과제에 속한다.
한편,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범진보세력들은 오늘날 대체로 <전국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반제) 민족주의세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면서도 대항 세계화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의 관점에서 반대하고 있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만 이 과제를 남북한의 화해-협력, 평화통일의 달성 등에 비해 부차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계급적 우파세력은 신자유주의의 반대투쟁을 케인즈주의적 대안 추구의 수준에서 전개하고 있고, 민주개혁의 중요성 등을 들어 민중연대에 못지않게 (신자유주의 지지세력인) 시민운동과의 연대 등을 중시하고 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본다면, <전국민중연대> 운동은 앞으로도 ‘협의체’ 수준의 운동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고, 탄핵국면에서 드러났다시피 정세에 따라서는 완전히 개업휴업상태의 무력한 존재로 떨어질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범진보진영 내에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전국민중연대> 운동이 앞으로 민주노동당 운동에 종속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국민중연대>를 중심으로 한 운동이 지닌 한계는 명백하다. 그렇지만 이 조직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범진보세력의 연대체이고, ‘신자유주의 반대 범진보 연대전선’의 형성이 시대적 과제에 속한다는 점에서 좌파세력은 전국민중연대가 전개하는 운동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해서는 안 되며, <전국민중연대>가 많은 한계를 지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 조직체가 자신에게 부과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국민중연대>가 ‘상설 연대체’라 한다면, 정세 속에서 제기되는 주요 문제들에 대처하는 ‘한시적인 사안별 연대체’ 들 역시 건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좌파세력은 그 시기의 정세 속에서 어떤 문제가 주요한 문제인가를 포착하는 가운데 그러한 한시적인 사안별 연대체에 참여하거나 그러한 연대체를 구성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3. 민주노동당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7대 총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대외적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진보운동은 좋든 싫든 대중운동 수준에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정치운동 수준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다음의 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우파세력 주도 하에 계급적 우파세력과 중간파 및 민족주의세력과 계급적 좌파세력의 연합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둘째, 민주노총과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에 의해 조직적으로 뒷받침 받고 있다.
셋째, 민주노동당이 계급적 우파세력 주도 하에 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노선은 기본적으로 사민주의, 의회주의노선에 의해 특징져진다. 그러나 대중조직에 의해 뒷받침 받고 있고 대중조직의 선진적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 사민주의정당이 아니라 운동정당, 변혁정당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밑으로부터의 요구 역시 다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비록 사민주의-의회주의에 의해 주도되면서도 민주노동당의 운동을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운동정당, 변혁정당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밑으로부터의 요구와 당내 좌파세력과의 주관적 희망과는 달리, 민주노동당의 성공적인 의회진출 등에 힘입어 당 내부에서 우파 헤게모니는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밑으로부터의 요구와 당내 좌파세력의 활동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성격이 운동정당, 변혁정당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으며, 이 점은 설령 좌파세력 전체가 민주노동당에 참여한다고 할지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우리는 진보운동이 어떤 경우에도 정당운동으로 축소되어서는 안되며, 정당운동과 더불어 (대중조직운동과는 구분되는) 사회운동적 진보운동 역시 전개되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좌파세력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다음의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좌파운동의 조직적 구심은 민주노동당과는 별개의 조직체로 민주노동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건설되어야 한다.
- 그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대등한 관계에서 ‘연대와 비판’의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때 연대는 ‘신자유주의반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비판’은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사민주의 경향 및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지배세력에게 견인당하는 현상 등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 좌파세력의 일부를 민주노동당 내부에 파견하는 일을 저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파견은 어디까지나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4. 좌파연대를 위하여
좌파세력은 그간 성장과 축소 등을 거듭하는 가운데 노동자-민중운동의 활성화-급진화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려 왔다. 그러나 좌파운동은 오늘날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가지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첫째, 계급적 진보세력은 크게 보아 계급적 좌파세력과 계급적 우파세력 및 중간파로 삼분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런 가운데 계급적 좌파세력은 중간파와의 연대 등을 통해 때로는 민주노동운동의 전개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파들이 계급적 우파세력과 연대해 민주노동당으로 대거 합류하고, 민주노동당이 성공적으로 의회에 진출함에 따라 진보진영의 주도권이 중간파와 연합한 계급적 우파세력으로 확고하게 이전되고, 계급적 좌파세력은 오늘날 진보운동 내부에서 고립된 소수파로 전락하고 있다.
둘째, 좌파세력이 당면한 제반 과제들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좌파세력의 조직적 통합에 기초한 공동대응이 요구되며, 좌파세력의 조직적 통합을 위한 노력 역시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자기조직 노선의 절대화, 자기조직 중심주의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현재까지도 단일의 정치-사회운동세력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분화와 개별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좌파운동의 현 상태이다. 게다가 통합을 위한 그간의 시도 등이 좌절된 사정에 비춰 볼 때 이런 상태를 단시일 내에 극복할 전망 역시 현재로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한 시도가 없는 한 좌파운동의 약화와 고립화 등은 앞으로 더욱 진척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의 논의와 관련하여, 좌파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좌파운동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좌파연대를 위한 노력이 좌파운동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내부적 과제로서 인식되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연대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지금 당장 시도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과제는 계급적 우파세력이 타 세력들을 포괄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란 자신의 조직적 구심을 확보하고 있는 사정에 비춰보아도 시급한 과제에 속한다, 게다가 오늘날 지구적 수준에서는 장기불황과 전쟁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내국적으로는 불황이 가져오는 빈곤의 심화, 노동불안정성의 증대 등으로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누적되는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거대한 민중투쟁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은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예상되는 그러한 민중투쟁이 변혁운동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좌파세력의 통일된 대응과 그러한 통일된 대응을 행한 좌파운동의 재정비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그런데 좌파연대를 위해서는 좌파운동의 현 상태가 어떠한가를 구명하고, 그간의 통합노력이 왜 실패했는가를 반성하는 가운데 그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방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좌파세력은 오늘날 운동단체들로 보면 민주노동당 내부조직으로는 평등연대, 외부조직으로 노동자의 힘,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현장연대, 노동자평의회를 향한 전국회의, 이윤보다는 인간을, 사회주의정치연합 등에 소속해 있다. 그 외 좌파적 경향의 부문운동 조직들이 존재하며, 특정한 조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좌파인사들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좌파 조직들은 노선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의 혁신(평등연대), 민주노동당과 구분되는 합법적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사회당), 비제도적 투쟁정당 건설 (노동자의 힘), 변혁적 전위정당 건설 (사회주의 정치연합), 당운동과 구분되는 사회운동적 좌파운동 전개(사회진보연대), 노동자 평의회 건설 (전국회의), 대의제 비판과 비국가적 민주주의 추구 (이윤보다 인간을) 등으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조직 중에는 좌파연대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그 중요성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치 않는 조직들이 있고, ‘다함께’의 경우에는 자신을 유일한 혁명적 전위정당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차이들이 있다. 그런데 노선 상에 여러 차이들이 있고, 이들 노선상의 차이는 많은 이론적-정치적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관점을 달리해 본다면 그런 차이들 간에는 상호 보완적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적 좌파운동과 사회운동적 좌파운동, 신자유주의반대운동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 당운동과 평의회운동, 현장노동자운동과 다른 형태의 운동들은 그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상호 보안관계에 있는 것이지,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어떤 노선을 추구하든 좌파세력의 경우 무엇보다 대중투쟁의 활성화-급진화 등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측면들을 지니고 있다.
위에서의 지적과 관련하여 좌파연대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제언하고 싶다.
- 좌파연대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운동이 좌파운동의 구심이라는 자기조직 중심주의를 버리고 어디까지나 좌파운동의 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기초 위에서, 그리고 연대를 통해 서로 간의 차이들을 서로 보완한다는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 좌파단체들은 기본노선 상의 차이의 해소에 기반해서가 아니라, 기본노선 상의 차이를 넘어 정세 상에서 제기되는 주요과제들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투체의 건설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선상의 차이가 당면 정세에서 요구되는 공동투쟁의 조직화 보다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동대응을 위한 좌파단체들의 연대는 그것에 의해 신자유주의반대를 위한 범진보세력의 연대 등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연대 등을 더욱 활성화하고 급진화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탄핵-총선국면에서 좌파단체들이 한시적 연대체로서 ‘민중행동’을 건설했는데, 그러한 한시적 연대체의 경험이 새로운 공투체의 건설 등에 이바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좌파운동의 단일의 조직적 구심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좌파운동의조직적 통합을 위한 그간의 실패에 비춰보아 좌파운동의 조직적 구심을 건설하기 위한 운동은 좌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처음부터 조직적 통합 그 자체를 목표로 해 추진하기보다는 조직소속 등을 넘어 좌파연대의 절박성을 인정하고 좌파연대를 위해 적극 활동할 결의를 지닌 개인들이 연대체를 형성하는 형태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 연대체는 애초에는 낮은 수준의 연대체로 출발하겠지만 참여하는 개인들이 연대체에 부여하는 의의가 커질수록 협의체적 조직에서 높은 수준의 정치적 조직체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연대체는 좌파단체들 간의 공동투쟁을 촉진시키고 좌파연대를 위한 다른 제반사업들을 추진해 나감해 나감으로써 장기적으로 좌파운동의 조직적 구심의 건설에 기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좌파운동은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다, 이 기로 속에서 한국의 자파운동은 쇠퇴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간의 자신의 행보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일보를 내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처해 있는 것이다. (.2004.5.1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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