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현대자동차노조신문] 총선이후를 내다보며 (2004.4.13.) - 김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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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17일 03시 36분 5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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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럼
총선이후를 내다보며

현대자동차노조신문 제2004-17-06호
발행일 :2004/04/13



총선이후를 내다보며
김 세 균(서울대 정치학 교수)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탄핵정국’ 조성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두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가운데 어느 당이 제1당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의회에 진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간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이 진보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어온 만큼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의 성공은 한국진보운동사에 새 장을 여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 전개는 노동자-민중운동을 위한 새로운 조건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나, 단순히 노동자-민중운동의 약진 등으로 환호할 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총선 이후 노동자-민중운동의 조건은 더욱 엄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제창한 이후, 그리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하에서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그간 이에 대항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그리고 이런 투쟁은 후퇴와 전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느슨한 형태이나마 이른바 NL세력과 비NL세력을 포함하는 단일의 신자유주의반대전선을 형성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그런데 민주노총에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이 급격하게 우선회하고 있는데, 이는 신자유주의반대전선을 내부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총선 이후 정부가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민주노총이 ‘참여와 투쟁의 병행’ 등을 명분으로 사회적 합의 창출에 활동의 무게를 실릴 경우 신자유주의반대전선은 내부적으로 크게 교란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탄핵국면이 조성되자 민주노동을 필두로 하여 신자유주의반대전선에 결합해 있던 많은 부분들이 ‘탄핵반대-민주수호’ 전선에 합류해 들어감으로 말미암아 <전국민중연대> 활동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고 신자유주의반대전선이 사실상 와해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이와 유사한 사태는 특정한 상황이 조성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총선국면에서 진보진영의 운동이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지지운동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은 대중정치 내지 대중의 직접민주주의투쟁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성공적인 진출은 서로 상반되는 이중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즉, 그것은 한편으로 지배세력의 공세에 시달려온 노동자-민중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새로운 전망을 열어 줌으로써 대중의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을 크게 고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합법정당운동에 대한 기대를 상승시켜 진보운동을 합법정당운동으로 한정시키고, 대중운동전선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크게 보면 비NL세력과 NL세력의 결합체의 성격을 지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회주의-사민주의세력이 당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회주의노선은 대중정치를 제도정치, 의회정치의 틀에 가둠으로써 대중운동전선의 약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그리고 사민주의노선은 대중운동이 체제내적 개혁의 한계를 넘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전열을 재정비해 ‘신자유주의반대 대중투쟁전선’을 복원하고, 대중의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이 체제내적 개혁을 넘어 체제변혁의 전망과 결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진보세력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반대전선을 내부적으로 약화시키고 교란시키는 사회적 합의주의, 의회주의, 사민주의 노선과 구분되는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시급히 형성-발전시키는 동시에 대중의 직접민주주의적 투쟁 내지 대중정치를 활성화시키는 것, 그리고 ‘연대와 비판’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반대전선 내부의 제반 우경적 흐름들을 견제하고 이들 흐름들이 노동자-민중운동의 확고한 주류적 흐름으로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등이 요구된다. 현 시기는 이런 과제들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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