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발의, 소환권 요구에는 대중자치 뿐 아니라 시민문명(civility)의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식 문제가 있는 거죠.
대중자치라는 말 안에서 중심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자율성의 정치'로서 '해방의 정치' 입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발의, 소환과 대중자치라는 것을 대립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해방의 정치'와 '시민문명'의 결합으로 사고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대중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탄핵'이 '상식에 어긋난다'라는 것입니다. 민주/반민주도 있지만, 누군가 말씀하셨듯이 상식/몰상식의 문제가 더 크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 '탄핵'을 '인륜'을 깬 '폭거'라고 보는 것입니다.
대중들은 대중자치와 함께 시민문명의 파괴에 대해 저항하고 있는거죠. 물론, 그것에는 적절한 언어가 아직 부여되지 않고,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봉합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이 안에 들어있는 대중적 에너지는 결코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발의/소환권의 요구, 즉 통제자들에 대한 통제(대중의 국가통제)의 요구는 아주 훌륭한 해방의 정치와 시민문명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대중들의 열망에 적합한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총선 투표함에 국민발의표라는 '이물질'을 넣는 것을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상식'을 둘러싼 투쟁, 이데올로기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 상식이란 위로부터의 문명인가, 아니면 아래로부터의 시민문명인가? 신민에 대한 국가적 통제인가 아니면 시민에 의한 집단적인 불복종운동인가? 국가에 의한 시민의 훈육과 감시인가, 아니면 국가적 제도를 민주적으로 개조함으로써, 국가에게 시민들의 존엄성을 인정케 만드는 운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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