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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5는 선거개표방송의 종료와 함께 끝이 났다. 정신적 여당은 호남을 노랗게 물들이며 제1당이 되었고, 박그네의 얼굴을 한 박정희의 망령은 영남의 표심을 되살려 딴나라당을 기사회생 시켰다. 반세기만에 진보세력을 자임하는 정치집단은 의회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통민주화세력을 자임하던 민주당은 추풍낙엽이 되었고, 3김의 마지막 주자 쫑피리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십선을 되뇌인다. 그리고 방송은 끝났고, 0415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결과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앞으로의 정국을 그려보는 작업이 입 있는 사람마다 분분하다. 입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때론 장미빛으로 때론 암흑으로 지 모습을 드러낸다. 까놓고 조갑제로서는 정형근, 홍준표, 김용갑의 당선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인이 있어야 개도 짖을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 반대편에서 진보세력의 의회진출이라는 숙원을 달성한 사람들의 환호가 있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갈고 닦은 터전 위에 이제야 겨우 씨앗을 뿌리게 되었다는 기쁨. 앞으로 더욱 험난한 길이 열리겠지만…
그리하여 무엇인가 일이 일어난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뭔가 과거와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게 만든다. 화려한 내부시설을 갖춘 공판장의 아이들이 분에 넘치는 결과물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뭐 어쨌든 선거를 통해 여당을 1당으로 만든 것은 새로운 결과로 평할만하다. 그리고 언급되었던 이야기들. 그래 쬐끔, 아주 쬐~끔 과거와는 다른 기대를 가지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그 알량한 기대 외에 남은 것은?
17대 총선을 지나는 동안, 거리의 이슈들은 사망신고를 했다. 모니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초적 이미지 공세 속에서 거리의 이슈들은 완전히 공중분해 되었다. 오바가 계속되던 토론프로그램들은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농민, 성적소수자 등의 문제를 삼켜버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겠다는 사자후를 토하던 패널들은 말초적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만족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는 그들의 말잔치를 보며 대중의 정서는 마비되었다.
이로써 0415를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시체들이다.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그 시체 위를 덮은 까마귀들이다. 시체의 썩어가는 살로 살을 찌우는 파리떼들이다. 경마경주 중계하듯 벌어진 여론조사와 정치기사들로 가득 채워진 날짜 지난 신문지들이 시체들을 쓸고 지나간다. 탄핵반대 외치며 흔들어대던 촛농들이 떨어진 자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촛농에 미끄러져 엎어지다 눈앞에 놓인 시체를 보며 화들짝 놀란다. 그렇게 우리들의 이슈는 이 4월 모두 사망했다.
17대 총선을 지나는 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니 죽어주기를 바랬던 어떤 것들은 좀비처럼 되살아났다. 모니터에 비추어진 전국지도는 좌황우청의 기가 막힌 원색배치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또다시 "우리가 남이가"라는 건배의 외침은 초원복집의 출입문을 넘어 우리 안방에까지 도달한다. 혈류를 타고 유전되는 지역감정의 기억은 이전세대의 충실한 전도 덕분에 다음세대까지도 이어졌다. 그렇게 동서의 바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고 있다.
부활을 신고한 것은 또 있다. 국립묘지 터 좋은 곳에 왕릉처럼 버티고 있는 묘지를 나와 박정희의 망령은 유신의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냈다. 죽어달라는 치성이 소용없던지 저격수들은 다시 소총장전을 하였고,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되기를 자임했던 노무현의 정치적 생명은 촛불잔치 속에서 스타로 부활했다. 가슴 벌름거리게 만들었던 이 4월에 그렇게 무덤으로 들어가야 했던 것들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장황한 서론이다. 본론을 불필요하게 했던 서론들. 0415가 죽이고 0415가 살린 것들. 서론의 이야기는 본론 필요없이 바로 결론을 부른다. 그래, 저 서론들을 뒤집으면 바로 결론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살려야할 것들, 또는 우리가 죽여야할 것들. 0415는 일순간 과거가 되었지만 이제 살려야할 것과 죽여야할 것. 다시 사망해야할 것과 부활해야할 것들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명확하다.
0415의 들판에서 죽어 넘어졌던 것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 개처럼 끌려나간 이주노동자들, 비천한 노예로 살기를 강요받고 있는 하청노동자들, 언제 모가지가 짤려 나갈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집구석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게 막혀있는 장애인들, 2류 시민으로 분류되는 여성들, 그리고 또 무엇들...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슈가 되어야 한다. 다시금 이들의 이야기가 진보를 논하는 자들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저 황사 날리는 광장에서 시체로 널부러져 있지 않도록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망선고를 내려야할 것들. 모든 현장의 투쟁을 의회권력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행위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합리화하는 신보수우익의 발호, 재기를 위해 몸부림 치는 수구반동들, 침략전쟁을 선호하며 미국의 이익을 국제적 이익으로 환원시키는 정신착란. 이들에 대해 사망선고를 하자. 민중의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그런 의미에서 another0415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이 자리가 사망해야할 것과 부활해야할 것들을 명확히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죽일 것은 죽이고 살릴 것은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들을 현실화하는 구체적 실천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0415가 남긴 것 중 하나는 그래서 이 자리가 되어야 한다.
모두 건투를!!
* '어나더0415, 어디로'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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