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論에 경의를? 아래로의 응시를!
그래, 참으로 분통터질 노릇일 따름이다.
지하철을 타고 우연히 어디를 가면서 무심히 가판대에서 신문을 하나 샀다.
집에서 구독하는 어느 극우언론지를 대충 훑어보는 편인 나는 사실 밖에서까지
굳이 신문을 사 보는 편은 아니나,
그간의 탄핵 정국에 관련된 보수 종이신문들의 논조가 어떠한지 사못 궁금하여
이러한 돌발적 선택을 하였다.
결국 고른 신문은 '한겨레'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학내 과학생회실에 비치되어있었기에, 가장 익숙한 신문.
그나마 아직은 이 사회에서 개혁언론이니 진보언론이니 하는 추앙을 받는 (물론 그러한
추앙이 얼마나 기가 막힌가.) 신문이므로.
신문은 탄핵 정국의 흐름 속에서 급변하는 민심의 향방에 대한 데이터들과 분석 기사들이
특집으로 다뤄져있었다.
민주당 지지의 메카인 광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 부산에서까지 불어닥치는 노란 깃발의 펄럭거림
의회 민주주의 복원과 대통령 중심제의 안정적 시스템화 복구가 우리 '국민'이란 이름
으로 호명되는 이들이 염원하는 듯이 나오고 있다.
얼씨구나, 백무산도 한민자 공조 수구 쿠데타를 비웃으며
탄핵은 무효라고 외치며 열린우리당 개혁 이데올로기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풍자시까지 하나 올렸더라.
참으로 짜증이 날 노릇이다.
인드라는 탄핵 정국이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간에 남한 헌정사 최초로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탄핵이 이뤄졌다는 사건 속에서 이를 민중 탄핵 투쟁으로 변이시킬 변혁적인
관점을 가진 좌파 진영의 공세를 주문한다. 탄핵 반대의 촛불들과 한 목소리에 대해 그는
비판한다.
그러나 이번 탄핵 정국은 분명 민의를 배반한 수구 야당의 정략적 이해에 기반된
쿠데타일 따름이며, 이러한 연유로 생겨난 탄핵 정국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근래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이 쓴 논조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노무현 지지자들과 노사모, 한총련이 주축이 된 범국민행동이 지금 탄핵 반대투쟁을
주도하고 있으나 거리에 모인 이들은 그러한 성향에 복속됨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대통령이 좀 잘 해 보겠다는데, 라는 식의 동정적 여론에 부화뇌동하고
자신들의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의회를 염원하는 촛불을 든다는데 있다.
이제 우리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제대로' 대의할 어떠한 장치도 복구될 수 없으며
이것의 철저한 파산이 우리 눈에 보여진 것임을 말하는 언론 하나 없는, 그래서 직접
민주주의, 민중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쌍팔년도 운동권들의 전설적 무용담에서나 나오는
낡은 단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사회가 좆같다.
이러한 탄핵 정국에 맞물려 여러모로 흥미롭게 판이 짜여지는 총선 정세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바로 스페인의 테러 사태로 말미암아 사회노동당이 집권하게 된 것이다.
외신에서는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워낙에 국내의 엽기적 정치쇼에 대한 보도량이 많아서
남한에서는 좀 뜸하게 비춰지는 편인 듯 싶다.
스페인 민중은 총선을 삼일 앞두고 이러한 테러의 비극 속에서도 감성적인 호들갑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택했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떠하였겠는가.
누군가의 농반진반의 말처럼, 이런 후안무치의 반인류적 테러집단에 맞서 싸우는 부시
행정부를 열렬히 보위하자며 더 큰 규모의 전투병을 보내 중동 전 지역의 테러집단과의
일전을 벌이자는 극우들의 집회가 연일 열릴 것이다. 진중권씨의 말처럼 조선 민족들은
참으로 이런 면에서는 과거 평화의 역사에 대해 콤플렉스가 강한지 핵무기를 개발하여
민족 자주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대중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내지 않던가.
부르주아 일반 민주주의가 지니고 있는 제한적인 보편적 인류의 가치마저도
지역주의, 극우반공주의로 무장한 수구 봉건세력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되는 이 나라에서
좌파가 탄핵 정국 속에서 제대로 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전략적인 차원에서
부르주아지 분파들에게 부분적인 연대나 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서글프다.
사회주의가,
노동자 민중의 무산 계급의 당파성을 구현하는 특수한 이데올로기임과 동시에
휴머니즘이요 국제주의요 보편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배제와 소외를 낳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모든 보편의 이름들을 거부하는 것이
바로 근본적 보편주의를 낳게 하는 힘임을.
...나는 믿는다.
탄핵 정국에 관한 수다한 論들,
총선 승리를 위한 각 계급 계파간의 치열한 전술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 복귀를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어느 아름다운 미군 청년,
그리고 파병 반대를 위한 농성의 댓가로 2년의 시간을 홀로 투쟁하여야 하는 강철민,
또, 또...전쟁과 자본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폭력들을 거부하며 철창에 있는 선도적
투쟁의 전사들.
당신들이 한 때 반독재 투쟁을 벌이며
문무대 입소 거부 투쟁을 벌였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을지 모르나
정당 정치의 러시안 룰렛 게임에 관한 썰을 풀 때 말없이 제 한 몸 예수처럼 희생하며
선도투를 벌인 저 청년들이 있다.
파병 반대, 전쟁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분명한 계급 투쟁의 기운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이런...조만간 강철민 이병 면회를 가야겠다. 꼭.
시덥잖은 놈들의 같잖은 정치포르노 칼럼에 딸딸이치는바에야
그러한 작은 후원과 관심이 더 이 사회를 변혁시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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