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선거를 여는 사람들의 총선이야기 Another0415
광화문의 열기와 냉혹한 노동정세
양동규 (금속노동자) 읽음: 4270
작성일: 2004년03월26일 15시55분45초
사실 광화문에 15만 군중이 운집했다 해도, 현장의 간부나 조금 활동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지난 20일 촛불집회를 상공에서 찍은 장면은 흡사 KBS열린음악회의 질서정연한 공연장과 비슷하여 묘한 느낌을 주었다. 자원봉사자의 도를 넘는 질서유지 활동에 협조 안 하면 폭력을 유발하려는 한나라당 프락치로 몰릴 수 있는 곳, 그 광화문의 주된 구호인 "탄핵무효, 민주수호" 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노무현 구하기, 열린우리당 지지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은 촛불시위가 시작될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 엄청난 상황에서 벗어나 있을 수는 없다 해서 '탄핵반대국민행동'에 함께 하려고 광화문에 가니까 "특정정당지지 발언은 하지 말라. 민주노총 깃발과 민주노동당 깃발을 내려라, 투쟁조끼를 벗어라." 라는 통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의 동지들은 분개했고 그렇다면 광화문에 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오게 되었다.

광화문의 열기가 뜨거운지는 모르나 사람이 죽어가는 냉혹한 노동정세와는 거리가 멀다. 광화문의 민주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처절하고 절박한 문제로 고통의 실체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민주수호로 지키질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만일 '탄핵반대, 민주수호'가 노무현을 탄핵에서 구하고,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게 완승을 가져다 줄 경우, 총선 이후 노동법을 개악하고, 근로자파견제를 확산시키고,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노무현식 민주주의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노동자의 등에 꽂힐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대충 이런 이유로 광화문 시위가 현장노동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그 곳에서 동지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다.

또 '전국대표자결의대회'에서도 많은 찬반논란이 있은 끝에 나온 '탄핵규탄 민주수호를 위한 수요잔업거부' 지침 등과 같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동방침은 잘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그래서 광화문에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선이 뚜렷한 활동가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장노동자들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거품도 걷히고 방향도 잡히지 않나 싶다. 기본적으로 이번 탄핵국면의 본질이 한국정치의 주류가 수구보수에서 합리적 신자유주의세력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지배계급 내부의 주도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국면이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자본의 이윤축적 위기를 극복하고 또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본 총자본은 노무현 신자유주의 정권의 등장을 용인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한나라당, 민주당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온전한 권력행사를 방해받게 되었다.

이번 탄핵국면은 이러한 지배세력 내부의 권력투쟁이 탄핵이라는 무리수, 임박한 총선, 촛불시위라는 대중동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만들어낸 수준 높은 정치이벤트가 아닌가 한다. 우리로 보아서는 운동적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은, 먹을 것 없이 소문난 잔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탄핵국면은 노무현이 주도하는 국면이었다. 그러기에 광화문의 한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들이 기획과 연출을 독점하면서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방송과 시민단체는 광화문의 시위를 탄핵에 대한 즉자적 반대에 가두어놓고 한국정치와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국민대중을 탄핵의 찬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어떤 동지들은 일단 탄핵반대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수구보수의 반동을 저지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그 다음 노무현이와 싸우자고 한다. 그러나 사태는 노무현의 완승으로 굳어졌다. 탄핵국면 승리를 통해 노무현이는 더 확고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수구보수가 준동할 수 없는 국면임이 확인되었다. 우리는 구경만 하면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매우 운신의 폭이 협소한 정세라는 것이다.

광화문의 자발적인 대중행동은 사실 80-90년대 사회운동의 소산이다. 우리운동을 위해서는 그것이 갖는 한계와 의미에 대하여 깊이 있는 분석과 대책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27일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방향이 전환될 것이다. 더 이상 대대적인 촛불시위는 불필요하게 된다. 헌법재판소에서의 적당한 법리 논쟁으로 관심을 모으는 한편 급속히 선거운동으로 전화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국면을 정리할 명료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없고 때도 늦었지만 아래와 같이 제안해 본다. 오는 토요일 27일 촛불 행사에서라도 주된 이슈인 탄핵반대와 민주수호 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파병반대와 같은 다른 다양한 요구가 외쳐지고 전달되는 집회로 만들어보자!

또 집회의 방식도 그 많은 대중이 하나의 무대로 집중하기보다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마당이 만들어보자!. 이주노동자마당, 비정규직마당, 정신대규탄마당, 친일반민족행위마당 최근 이슈가 되었던 여러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대중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현장밖에서 노동현장에서 고심하시는 활동가다운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또한 안타까운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왜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이 없는지, 또한 관심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현장 노동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과감하게 하면서 광화문을 넘어서는 정치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는지 조금은 답답합니다. '계급정치'의 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양동규 동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03/26 18:31
활동가 저도 노조 활동가이지만 별로 동의할 수 없군요. 제가 만나본 현장간부나 조합원들도 한명의 '시민'으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노무현 살리기"로 진행되는 현재의 촛불시위에 문제를 지적하면서, 민주노총이 "열린우리노총"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합원들은 무언가 잘 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촛불시위 문제있다는 정도의 소극적인/수동적인 인식밖에 갖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가들은 현재의 쟁점이 무엇인지 조합원들에게 선전하고, 신자유주의가 파괴한 민주주의를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쟁취할 것을 토론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보이기는 '엄혹한 노동정세'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활동가들의 무능력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만약 위의 글 대로라면,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임금협상만이 정당한 것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도, 노동자들도 한명의 '시민'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쓰신 '집회 방식'문제는 좀 뜬금없군요. 정치적 방향성을 명확치 않은 가운데, 우리가 집회 방식을 제안한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여러가지 마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정세에서 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가 필요한지,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그 목소리를 같이 외쳐야겠죠.
03/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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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민중이여 나서자! (2) another0415 200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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